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콘트롤타워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불량 진단키트를 제조한데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달 이상 시간을 끌면서 검사 지연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규제당국인 식품의약국(FDA)의 스테파니 카코모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CDC가 진단키트를 제조할 때 자체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한 애틀랜타 소재 CDC 산하 연구소 3곳 중 2곳에서 제조 수칙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FDA는 연구원들이 연구소를 출입할 때 복장을 갈아입지 않거나, 코로나바이러스 샘플 검사와 진단키트 분류를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등 문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허술한 관행 때문에 전국의 공중보건 연구소로 전달된 진단키트 중 일부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오염돼 검사를 정확히 해내지 못했다고 FDA는 지적했다.
NYT는 CDC의 실패는 사태 초기 연방 정부의 준비 부족을 보여주며, 일부 주에서 봉쇄 조처를 해제하고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전문가와 FDA에 대한 광범위한 취재를 바탕으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WP는 CDC가 1월말 미 전역의 공중보건 연구소 26곳에 첫 진단키트 물량을 보냈는데 이 중 24개 연구소에서 잘못된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도 정제수가 들어있고 유전자물질은 없는 음성대조군 검체에 테스트를 해봤더니 음성이 나와야 하는데 엉뚱하게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2월말 FDA 당국자들이 애틀랜타의 CDC 연구소 본부를 찾아 진단키트 생산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데 이르렀다. 이에 따라 CDC는 전국 연구소에 배포하기 위해 만들려던 진단키트 생산을 위해 외부 업체와 접촉하게 됐다고 한다. 결국 CDC가 문제를 바로잡는 데 한달 넘는 시간을 낭비하면서 코로나19 검사 지연을 악화시켰다고 WP는 지적했다.
벤저민 헤인스 CDC 대변인은 현재 상황을 조사 중이며 불량품 생산이 “디자인이나 제조와 관련되거나 오염이 일어났을 수 있다”며 인정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 관리 조처를 주기적으로 한다”면서 “이번 경우에는 이 조처들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