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844분’ 지난해 국회가 중요 민생법안으로 꼽힌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논의하는 데 사용한 시간이다. 법안별로 평균을 내면 281분에 불과하다. 20대 국회가 ‘최악’으로 꼽히는 것은 정쟁과 장외투쟁 등으로 국회 문을 닫으며 법안을 논의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법안소위원회’를 보면 국회가 법안 심사에 할애한 실제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20일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은 지난 2018년 11월15일 발의돼 같은 달 27일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2019년 4월1일 법안소위에 처음으로 상정됐다. 그러나 이후 9월27일 소위가 다시 열리기까지 반년간 ‘깜깜무소식’이었다. 신용정보법을 논의하기 위한 정무위원회 소위원회 역시 3월과 8월·10월에 한 번씩 열었고 나머지 세 번은 모두 11월에 열렸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통과시킨 ‘일하는 국회법’에 따라 소위원회 월 2회 의무 개회가 지켜진 것은 11월 한 달 뿐이었다.
이들 소위가 ‘개점휴업’ 상태였던 기간은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섰던 시기와 겹친다. 당시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및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합의하에 통과시켰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강행처리에 반발하며 수차례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한국당이 이처럼 국회를 보이콧한 횟수는 지난 4년 동안 열일곱 번에 달한다. 여야가 국회 밖에서 대립만 반복하며 생산적인 논의의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경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권욱기자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으면 상임위원회에서 적체되거나 졸속처리될 수밖에 없다. 법안소위는 수석전문위원이 법안의 내용과 쟁점을 설명하면 이후 의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찬반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의원들은 법안에 대해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법안소위를 자주 열어야 쟁점법안에 대한 정당 간 견해차를 좁히고 비쟁점법안은 신속하게 통과시킬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정쟁으로 법안 심사가 막힌 사례는 수없이 많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여야가 ‘조국 실시간검색어법’ 처리에 합의하지 못하며 한동안 공전했고 운영위원회 역시 청와대 참모진을 불러놓고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파행하고는 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법안 심의가 많이 적체돼 있는데 소위에서 많은 법안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하면 생산성 측면에서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