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디지털 휴먼뱅크’를 내걸고 디지털 혁신의 고삐를 조이고 있지만 이를 진두지휘할 디지털금융부문장(CDO) 자리는 사실상 네 달째 공석이다. 국내 금융권 최대 규모의 디지털혁신캠퍼스를 꾸리고 은행권 모바일뱅킹의 선두주자로 올라서는 등 이제껏 디지털 강화 드라이브로 농협은행이 뚜렷한 성과를 거둬온 만큼 전임 디지털 사령탑의 부재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농협은행·농협금융지주 CDO는 농협은행의 수석부행장인 장승현 경영기획부문장이 겸직하고 있다. 남영수 전 부행장이 지난해 말 명예퇴직으로 CDO에서 물러난 뒤 후임 부행장이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일신상 이유로 업무 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신한·KB·하나·우리은행의 경우 외부에서 디지털·정보기술(IT) 전문가를 영입해 디지털 총괄을 맡기고 있는 데 견주면 다소 온도 차가 있다.
디지털 전환이 금융권의 생존 과제가 된 만큼 전임 CDO 부재를 두고 농협은행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업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할 만큼 치열한 ‘디지털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령탑이 없는 것은 망망대해를 방향키 없이 항해하는 격”이라며 “농협은행이 디지털 금융 부문에서 눈에 띄는 도전을 해온 만큼 지금의 상황을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부문 경력이 있는 장 부문장이 CDO를 겸직하고 있어 업무 공백이 없는데다 의사결정 과정이 단축된 측면도 있다”며 “디지털 금융 전문가인 손병환 행장 스스로가 디지털 혁신에 대한 의지가 큰 만큼 목표 추진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2018년 CDO 직책을 신설한 뒤 디지털 부문에 전문성이 높은 내부 인사를 잇달아 CDO에 임명해 디지털 사업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 이후 5개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한 ‘NH스마트뱅킹 원업’을 출시해 국내 은행권 앱 가운데 가입자와 월간 실사용자(MAU) 1위를 기록하고 ‘농협은행 속 모바일뱅크’를 표방한 올원뱅크를 애자일 조직으로 독립시키는 등 디지털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누구나 금융업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큰 상태”라며 “코로나19 사태로 경영기획부문의 업무가 가중된 만큼 전임 CDO의 부재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