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선임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트위터가 뉴스를 탔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9일 트위터에 글로벌호크 정찰기의 한국 도착 사실을 이렇게 알렸다. “이번주 한국에 글로벌호크를 인도한 미한 안보협력팀에 축하한다. 한국 공군과 철통 같은 미한 동맹에 매우 좋은 날이다.” 그의 언어에는 축하와 기쁨이 담겨 있다. 그러나 오해와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군사정보의 유출이 발생한 것이다. 다수 언론이 그의 트윗을 기사에 옮겼고 일부 보수언론은 ‘한국 정부가 쉬쉬하는 글로벌호크를 미 대사가 알렸다’고 썼다.
반응은 엇갈린다. ‘동맹을 가장해 정부의 뒤통수를 친 것’이라는 반응과 ‘정권이 파괴하는 안보를 미 대사가 막아주고 있다’는 댓글이 같이 나온다. 해리스 대사는 이를 예상하지 못하고 트위터에 글을 썼을까.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 정부의 로 키(low key). 남북 화해·협력을 추진하는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게 사실이다. 최근 2년간 국방예산은 크게 늘리면서도 F-35 전투기나 글로벌호크의 한국 도착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 해리스 대사의 트윗은 기밀 유출에 해당될 수 있다. 그가 올린 사진을 북한이라고 못 볼까. 사진을 분석하면 기체 성능과 전략화 시기 분석부터 격납고 공격 수단까지 강구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 국방 관련 정보는 어느 나라든 보호하는 게 기본이다. 인공위성이나 고성능 정찰 자산의 보안 등급은 더욱 높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역대 정권이 정찰용 인공위성 도입 사업을 포괄적 엠바고에 묶어 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번 양보해도 미국의 강경파 시민단체라면 모르되 대사로서는 부적절한 행위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대화 발언마저 공개적으로 비판해 ‘내정 간섭’ ‘조선 총독’이라는 질타를 받았던 전례가 떠오른다.
무엇보다 한숨이 나오게 만드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는 최근 군의 정찰 자산을 보도했던 기자들의 뒤를 샅샅이 캤다. 기밀 유출을 의심받은 한 정부 부처는 국가정보원 테러대응팀 조사까지 받았다. 동일한 사안을 가지고 국내 언론에는 기밀 유출의 죄목을 따지는 국정원과 국군 안보지원사령부가 미국 대사의 기밀 유출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양이다. 한마디만 더. 해리스 대사의 언행이 미국의 본 모습이 아니길 바란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