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PBR 0.3배, 배당수익률 3%'를 기억하자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가치 투자자에게 주식 시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적정가치 대비 크게 저평가된 종목을 사서 기다리는 게 가치 투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다만 1~2년 정도의 투자 시계(視界)로 투자하는 이에게는 장세 판단이 중요하다. 강세장에서는 ‘바이 앤드 홀드’와 ‘조정 시 매수’가 미덕이고 약세장에서는 다소의 ‘마켓타이밍’과 ‘반등 시 매도’가 생존의 열쇠다.

주가에도 관성과 가속도라는 물리학의 운동원칙이 작동한다. 반락은 얕고 반등은 크게 나타나면서 올라가는 힘이 강한 게 강세장의 특징이다. 약세장은 그 반대인데 지난 2~3월에 나타났던 글로벌 증시 조정은 강세장에서의 일시적 조정으로 보기 힘든 강도였다. 통상 강세장 조정의 마지노선은 고점 대비 20% 내외인데 지난 조정 국면에서 코스피는 35%나 떨어졌다.

하지만 약세장에서도 반등은 있다. 중기 반락 초기 국면에서 베어마켓랠리는 매우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베어마켓랠리의 본질은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인데 약세장에서는 통상 초기에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베어마켓랠리는 1998년 1월 외환위기 당시로 한 달 동안 코스피는 50.8%나 올랐다가 재차 반락해 전저점을 밑돌았다.


베어마켓랠리의 반등 목표치를 알기는 힘들다. 과거 사례들은 일반화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직전 하락 폭 절반의 반등은 평균보다 강한 베어마켓랠리의 범주로 이달 15일까지 코스피는 직전 하락 폭의 49%를 되돌렸다. 또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코스피 상단 목표치는 2,400선 내외였는데 코스피 상장사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18.5% 하향 조정됐다. 이를 고려해 코스피를 조정하면 대략 1,950선 내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준 1970년대 이후 나타났던 베어마켓의 평균 조정 기간은 22개월이고 평균 하락률은 45%였다. 미국 증시도 약세장에서 반 토막에 가까운 급락세가 나타났다. 올해 2~3월 조정 국면에서의 33% 하락률을 고려하면 3월 저점은 실물경기의 상당한 후퇴를 이미 반영했다. 과거 평균 약 2년에 걸쳐 나타났던 낙폭 대부분이 두 달 만에 나타난 점은 걱정이다. 미국 베어마켓에서 가장 짧았던 조정은 17개월인데 최근 조정 기간은 2개월에 불과하다. 국내 증시의 의미 있는 중장기 바닥 도달 시기는 미국과 시차가 크지 않았다.

베어마켓에서는 직전 강세장의 주도주들이 강한 조정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최근 아마존의 사상 최고가 경신은 이례적이다. 다만 나스닥 기술주 내에서 상승 종목이 현저히 축소되고 있고 과거 한국 증시에서도 시장이 꺾여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추가 상승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 하지만 일부 종목의 힘만으로 시장을 이끌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주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필자라면 성장성보다는 기업이 당장 손에 들고 있는 자산 대비 저평가돼 있고 배당을 받으면서 시간을 낚을 수 있는 종목군에 대한 장기 투자를 권하고 싶다. 규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금융주를 제외한 제조업 주식 중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0.3배 이하에 배당수익률이 3%를 웃도는 종목들이 길게 보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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