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바란다] "與, 민심 앞세워 정책 근거 무시해선 안돼"

<4·끝>일하는 국회를 만들라
"부총리, 국회 결재받는 사람 전락"
'막강 의회'에 부처 권한축소 우려
巨與, 공직사회와 소통 더 늘려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책 결정자가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에 결재를 받으러 가야 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이 밝힌 푸념이다. 세수 현황과 갚아야 할 정부부채 등을 근거로 정책을 제시하더라도 여당에서 반대하면 지금까지 지켜왔던 예산 집행의 원칙 등이 무너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점차 의회 권력이 막강해지면서 중앙부처 공무원의 정책 결정 권한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180석을 확보한 거대여당의 등장으로 공무원 사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당정 갈등이 불가피한 사안은 긴급재난지원금과 종합부동산세다.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소득 하위 70% 지급 방침을 꺾고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재난지원금이 확대될 경우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첫 세수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수입이 감소할 게 불을 보듯 뻔하지만 여당의 재난지원금 확대 주장에 기재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재정 여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 역시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여당이 서울 강남 3구 등을 겨냥해 종부세 완화를 강조한 것 역시 국토교통부로서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당정이 종부세 완화를 두고 갈등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를 실시할 경우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다시금 높아지면서 한풀 꺾였던 강남 집값이 다시 상승할 수 있고 이는 또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180석’ 거대여당을 경험하게 된 공직사회에서는 여당이 지금보다도 더 부처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공무원은 “180석을 얻은 민심만을 앞으로 내세우면 정책적 판단에서 참고해야 할 수치와 각종 배경 등은 무시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소통이 잘되고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대야소’ 정국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공무원도 적지 않았다. 산업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항상 정부 정책을 가로막는 것은 야당”이라며 “여대야소 상황인 만큼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불필요한 발목잡기가 사라지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종의 총선 결과가 공직사회의 민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총선에서 2석이 걸린 세종시는 전부 민주당이 승리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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