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2주새 1兆 증가…개미들 ‘단타 유혹’에 빠졌나

신용융자 증가세...잔액 8조 돌파
셀트리온 등 바이오·인버스ETF에
높은 변동성 겨냥 단기매매 급증
개인자금 '스마트→투기' 변질 우려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진 개인 자금의 대규모 증시 유입은 그동안 초우량 대형주 중심의 투자였지만 최근 높은 변동성에 기댄 단기투자 자금도 늘고 있어 스마트자금이 자칫 투기성 자금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8조1,0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3일 7조원을 돌파한 뒤 2주 만에 다시 1조원 이상 늘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다. 신용융자 잔액은 2월24일 10조5,436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지난달 중순 증시가 폭락하면서 반대매매를 통해 청산하거나 추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규 융자가 줄면서 잔액 역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신용융자 잔액은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달 26일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초 신용융자가 증가할 때 개인들은 주로 삼성전자(005930)나 SK이노베이션(096770)·신한지주(055550)·기아차(000270) 등 우량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이 과거 급락장에서 배운 ‘경험칙’으로 우량주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존 주가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는 개인들이 과거와 달리 단기적으로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해당 종목을 보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하지만 최근 개인들은 변동성이 큰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17일까지 개인 순매수가 가장 많은 종목은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 상장지수펀드(ETF)로 1조3,217억원어치를 담았다. 이외에 ‘KODEX WTI 원유선물 ETF(8,242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4,148억원), ‘KODEX 인버스(114800) ETF(2,948억원)’ 순이었다. 인버스 ETF나 원유 ETF, 일반 기업 중에서도 바이오업종 등 변동성이 크고 단기 트레이드(매매)에 적합한 종목을 집중 매수한 셈이다.

특히 신용융자 역시 변동성이 큰 종목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068270)(1,006억원)이었다. 이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675억원), 부광약품(003000)(561억원) 등 신용융자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2·3위도 바이오 기업이었으며 이외에 KODEX 인버스 ETF(425억원), KODEX 코스닥 150(229200) 인버스 ETF(352억원) 등도 단기 트레이드에 적합한 종목이었다.

이런 모습은 해외 주식 투자에서도 엿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등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는 경향은 여전했지만 최근에는 나스닥지수를 3배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 ETF’나 원유에 투자하는 ‘ProShares Ultra Bloomberg Crud Oil ETF’ 등이 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신용융자의 증가와 함께 개인들의 투자 대상이 변동성이 큰 단기 투자 종목으로 옮겨가면서 증권가에서는 개인들의 자금 성격이 ‘스마트 머니’에서 ‘투기성 자금’으로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까지 외국인의 매도세에도 증시 하방을 굳건하게 지켰던 것은 증시 변동성에도 ‘부화뇌동’하지 않았던 개인 자금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투기적 성격으로 바뀐다면 여전히 높은 증시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도 개인들은 9,500억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량주 매수세는 여전했지만 유가 ETF나 레버리지 ETF 매수 비중 역시 높았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들의 투자성향을 보면 전체 자금 중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전과 다른 투기성 자금이 유입된 듯하다”며 “한동안 상승의 근거로만 받아들여지던 개인 자금의 성격이, 이제는 변동성 확대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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