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도서관 인근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산불피해지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의 서식 밀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소나무류에 치명적인 소나무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서식 밀도가 산불피해지내에서 더욱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산불피해지 관리가 중요하다고 21일 밝혔다.
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는 2017년 5월 5일 발생한 경북 상주 사벌면 산불피해지를 조사한 결과, 2017년에 비해 2019년에 솔수염하늘소는 평균 31.3배, 북방수염하늘소는 평균 4.7배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산불 이후 3년 동안 산불 피해 등급 심·중·경 중 ‘심’과 ‘중’ 같은 피해 정도가 심한 곳의 매개충 서식 밀도가 더 높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산불 피해 고사목은 매개충을 유인해 산란처가 되기 때문에 다음 해 성충으로 우화한 매개충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지역 인근의 산불피해지에서는 이듬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기간까지 고사목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는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솔수염하늘소는 남부지역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북방수염하늘소는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에 분포한다. 산불이 발생하였던 경북 상주처럼 매개충 두 종 모두 분포하는 지역도 있다.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는 보통 연 1회 성충으로 발생하며 목질부에서 월동한 유충은 보통 4월부터 번데기가 된다. 북방수염하늘소는 4월 하순~5월 상순, 솔수염하늘소는 6월 중‧하순에 성충으로 우화한다. 올해는 따뜻한 겨울철 기온으로 인해 북방수염하늘소의 우화 시기가 약 보름 정도 앞당겨질 것이라 예상된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에서 우화한 매개충 성충은 건강한 소나무의 새로 난 가지를 섭식한다. 이때 난 상처를 통해 매개충 몸속에 있던 소나무재선충이 소나무 내부로 침입하여 소나무를 시들어 죽게 한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고사한 소나무류는 1,200만그루가 넘고 2020년 1월 기준으로 전국 122개 시·군·구에서 발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곤충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학술지인 ‘Journal of Asia-Pacific Entomology’ 23권 2호에 게재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이상현 과장은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의 방제가 중요하지만 매개충의 생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산불피해지의 관리 방안 마련 또한 중요한 부분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