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SNS 핫스폿' 아미미술관]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폐교…'예술의 숨결'로 되살아나다

미술가 부부 20여년 열정 쏟아
백목련·진달래·튤립 등 꽃천지
여인 눈썹 닮은 아미산과 조화
계절마다 작가 초대展 열기도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 위치한 아미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설치미술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 당진 순성면 도로변에 위치한 폐교. 당장이라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뛰쳐나올 것 같은 이곳에는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제법 유명세를 타는 곳이지만 막상 당도하기 전까지는 ‘이런 곳에 미술관이 어울리기나 할까? 관람객이 있기는 할까?’ 하는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교문 안으로 들어서면 그곳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잘 가꿔진 조경에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어우러져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폐교는 아름다운 창작공간으로 재탄생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미미술관은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서양화가 박기호 작가와 설치미술가 구현숙 작가 부부가 폐교가 된 옛 유동 초등학교를 매입해 20년 넘게 가꾼 곳이다. 미술관은 학교 뒷산인 아미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산의 능선이 마치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닮아 아미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친구’라는 뜻의 프랑스어 ‘아미(Ami)’처럼 가깝고 친근한 미술관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문화 소외지역의 예술인과 지역민들을 위해 마련된 창작문화공간이다.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 위치한 아미미술관 전시실에서 내다본 모습.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주변과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 때문이다. 본래 초등학교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공간은 각종 식물과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지역의 건축과 문화·풍속·생활상 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생태미술관을 지향한다.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꼽는다면 바로 지금, 온갖 꽃들이 만개하는 봄이다. 1만5,430㎡ 규모의 미술관 곳곳이 백목련·벚꽃·수선화·진달래·튤립 등 꽃향기로 가득하다. 사진찍기 명소로 알려지면서 20~30대 커플부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도 제법 눈에 띈다.

주변 경관만 아름다운 ‘무늬만 미술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미미술관은 당진은 물론 인근 예산·홍성·서산에서도 유일한 등록 사립미술관으로 지방에서는 드물게 학예사를 두고 15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했다. 정기 기획전도 대도시 미술관 못지않게 열린다. 계절별로 ‘아미의 작가들 展’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기획해 운영하는데 지금 가면 김덕용·전소영·정기웅·최효순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작품에 관심이 없더라도 아름다운 경관에 둘러싸여 예술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심신이 절로 달래지는 듯하다. 공간이 널찍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해안 고속도로 당진IC와 면천IC에서 차로 15분 거리이며 당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도 20분이면 도착한다.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이며 오전10시부터 오후6시(동절기 오후5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일반 6,000원, 학생은 4,000원이다.
/당진=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 위치한 아미미술관. 폐교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깔린 잔디를 한 나들이객이 바라보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