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파 싸움·낡은 이념에 머물면 ‘만년 야당’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4·15총선에서 쓰라린 참패를 당한 뒤 새 지도부도 구성하지 못한 채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의 진로를 놓고 여러 갈래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데 계파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자리싸움 성격이 강하다. 수습책으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외부 인사 또는 당내 유력 인사에게 맡기는 방안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당 해체 이후 재창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내 의견이 엇갈리자 통합당은 21일 현역 의원과 21대 당선자 전원에게 차기 지도부 구성과 당 진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통합당의 내홍에 대해 “태풍으로 집 기둥이 무너진 와중에도 밥그릇 챙기기 싸움만 벌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총선 참패의 근본적 원인을 철저히 진단하고 뼈저린 자성부터 하는 게 먼저다.

통합당이 야당에 안주하지 않고 2년 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바란다면 처절하게 반성한 뒤 환골탈태해야 한다. 우선 유권자의 지형 변화를 직시해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통합당은 다수 유권자들에게 ‘영남당·강남당·부자당·늙은당·웰빙당’ 등으로 비치면서 젊은층과 중도층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두번째로는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념과 진영 대결의 틀을 폐기하고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로 서민을 비롯한 전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실용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세번째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를 골자로 한 헌법가치를 당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면서 어설픈 진보세력의 경제·안보 포퓰리즘이 실제로는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네번째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내려면 지도부 세대교체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실력뿐 아니라 더 높은 도덕성과 품격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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