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경우 그 기업은 총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양대노총의 요구가 반영됐다. 이외에도 임직원 보수 제한, 주주배당 제한 등도 폭넓게 담겼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확대된 노동계의 영향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22일 열린 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기업들에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고용 총량 유지, 이익공유 장치 마련, 임직원 보수 제한, 자사주 매입 금지 등이다.
고용 총량 유지는 지난 17~18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내용이다. 정부가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재정지원을 할 경우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해달라는 것이다. 양대노총은 위기 기간 동안 해고를 중단하도록 규제(이탈리아)하거나 정부가 사용자단체에 해고 중단을 권고(프랑스·일본)하는 등의 국제 사례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자구노력도 요구했다. 임직원 보수 제한과 주주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는 김명환 위원장이 1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만나 요구한 내용이다.
이익공유장치는 한국노총이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위해 내건 ‘상생기금’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동명 위원장은 17일 정 총리에게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을 활용해 연대임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정규직의 임금 인상분 중 일부를 떼어내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에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있는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금융지원액의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국민과 나누는 방안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양대노총이 정부에 요구한 안이 신규 고용대책에 대폭 포함되면서 확대된 노동계의 영향력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맺은 정책협약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한국노총 출신은 총 6명에 달한다.
최근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외 사회적 대화 틀’ 조성이 타진되는 등 정부가 민주노총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임원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틀’을 수용할지 논의했다. 한국노총은 오는 2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를 최종 결정한다. 정부가 제안한 협의체는 노동계·경영계·정부 측 인사 각 2명씩 총 6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사노위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측 관계자가 추가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