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어뷰징·수익 편중 해소" 네이버, 승부수 띄웠다

비례배분제 대신 이용자 중심 방식
팬층 넓은 가수 대부분 수익 늘고
차트 못들어도 어느정도 보장 가능
권리사·신탁단체 협의가 도입 변수


# 지난해 7월 네이버 음악 플랫폼 ‘바이브’에서는 한 가수의 노래 A를 단 6명의 팬이 들었다. 이들이 한달 간 A를 재생한 총 횟수는 무려 3만481회. 한 사람이 같은 노래를 5,000번 이상, 하루 11시간(곡당 4분으로 추산) 넘게 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뷰징(부정행위)’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멜론, 지니 등 기존 사업자들이 적용하는 ‘비례배분제’를 적용하면 이 곡의 한달 음원 수익은 18만3,996원. 하지만 네이버 바이브의 ‘인별(人別)’ 정산법을 도입하면 정산액은 1만1,381원으로 94% 줄어든다.

음악 플랫폼 시장 후발주자인 네이버가 던진 새로운 음원 정산방식이 뜨거운 감자다. 일명 ‘내돈내듣’. 내가 낸 돈은 내가 들은 곡의 아티스트에게만 가면 좋겠다는 팬의 바람이 음원계의 ‘대세’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태훈 네이버 뮤직비즈니스 리더는 지난 22일 디지털경제포럼 주최 토론회에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예정된 ‘VPS(바이브 결제 시스템)’ 도입을 통해 재생 횟수가 많은 곡들에 음원 수익이 편중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비례배분제에서는 전체 재생 규모가 중요하다. 음원 수익은 플랫폼 전체 스트리밍 수에서 해당 곡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정해진다. 절대적인 재생 수가 낮은 이용자의 스트리밍료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다. 이들이 낸 돈은 특정 아이돌 그룹 같은 ‘총공 스밍(집단적으로 시간대를 정해 스트리밍을 돌리는 행위)’ 대상이 되는 저작권자에게 이양되는 효과를 낳는다. 직접 듣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바이브가 도입하는 사용자 중심 정산방식에서는 오로지 각 사용자가 얼마나 들었는지로 수익이 나뉜다. 한명 한명의 사용자를 기준으로 해당 사용자가 들은 전체 스트리밍 수에서 해당 곡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토대로 수익이 정해진다. 차트중심의 음원 소비환경을 감안하면 비례배분제 하에서는 재생 수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는 ‘톱100’ 같은 차트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사재기’를 초래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용자 중심 계산법을 적용하면 반드시 ‘차트인’ 하지 않더라도 팬을 보유한 아티스트는 음원 수익을 어느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가 지난해 7~12월 바이브에서 재생된 20만곡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VPS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소수 이용자가 많이 재생한 아티스트의 경우 수익이 줄어들고, 폭넓은 팬층을 보유한 가수들은 대부분 수익이 상승했다. 10년 이상 꾸준히 사랑 받은 발라드 가수는 48~60% 수익이 늘었고, 트로트 뮤지션의 음원 수익 역시 60~70%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규정을 정하는 음원 권리사와 신탁관리단체와의 협의는 넘어야 할 산이다. 음원 징수규정은 신탁단체의 합의와 정부 허가를 통해 개정된다. 다만 문체부 징수규정이 반드시 비례배분제 채택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권리단체 쪽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유재진 한국음반산업협회 국장은 “권리단체들이 협의한 일종의 요금표인 징수규정이 지금까지 비례배분제를 전제로 해왔다고 해서 이런 정산방식이 불문율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요금표에 대한 여러 조건이나 합의가 성숙한다면 음악산업에 가져오는 편익을 고려해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징수규정상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지만 사업자와 신탁단체가 협의해 개정안을 만든다면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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