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빠진 금융업, 디지털 혁신으로 비용 줄여야 생존" [서경 금융전략포럼]

■김수호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주제강연
글로벌 업황 하강 사이클·코로나 쇼크 등 새도전 직면
매출 5~10% 성장 위해선 10% 이상의 비용절감 필요
일부영역 과감한 아웃소싱 시급…IT와 'M&A·협업'도

김수호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가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주최 ‘제18회 서경금융전략포럼’에 참석해 ‘아시아 금융 생존전략 및 국내 금융업 시사점’을 내용으로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금융, 미래 생존전략을 다시 쓰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유튜브 등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됐다./오승현기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금융 혁신으로 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생존 자체가 어렵습니다.”

김수호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는 전 세계적으로 침체국면에 빠진 금융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용절감에 주목했다. 전체 금융사 비용의 45~50%에 달하는 채널 비용이 혁신금융 등의 디지털화를 통해 해소될 것으로 봤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여행·운수 다음으로 큰 타격이 불가피한 산업이 은행과 보험업이라는 점에서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로금리 시대와 전통적인 대면 채널의 약화에 이어 코로나19에 따른 신용 리스크가 커질 경우 산업 자체의 가치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전방위적 도전에 직면한 금융업이 상황별 시나리오 계획을 세워 일종의 ‘매질연습’을 통해 생존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파트너는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금융업은 전 세계적으로 하강 사이클에 진입해 성장이 둔화하는 시점”이라며 “그나마 6%가량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던 아시아 시장도 최근 성장률이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 회복이 상당히 둔화될 수밖에 없고 금융업은 다른 산업보다 회복속도가 느려 오는 2022년 이후에나 지난해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봤다. 결국 산업의 구조적인 하강 국면에 코로나19 타격까지 덮친 상황에서 비용절감 노력 없이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사가 5~15%가량의 매출 성장을 위해서는 비용절감이 10%가량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급격하게 디지털로 전환되는 등 금융환경의 변화 속에서 매출성장 자체가 10%를 넘기기 어려운 현실에서 비용절감은 10% 이상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비용절감 없이는 투자재원 마련조차 어렵고 성장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위기상황”이라고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결국 어떤 위기 상황에서라도 살아남는 ‘구조적 변화’를 강조했다. 김 파트너는 “개별 상황마다 시나리오 플랜을 마련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지속성장을 위해 비용구조의 변화가 필요하고 기술혁신 등에 따른 금융판도가 바뀔 때 기존 고객을 붙잡고 새로운 고객을 확대할 수 있는 고객 서비스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동안 세계 400대 금융사 가운데 비용절감에 성공한 경우는 25% 수준에 머물렀고 다른 25%는 오히려 비용이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점진적인 방법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서구와 같은 인력구조조정 등이 국내에서 어렵다면 지원영역 등에 과감한 아웃소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맥킨지 시뮬레이션 결과 아웃소싱으로 비용절감이 이뤄질 경우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현 수준에서 1%가량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북미 금융사들이 2022년까지 비용을 40%까지 절감하기로 나선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들 역시 비용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수호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주최 ‘제18회 서경금융전략포럼’에 참석해 ‘아시아 금융 생존전략 및 국내 금융업 시사점’을 내용으로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금융, 미래 생존전략을 다시 쓰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유튜브 등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됐다./오승현기자

인수합병(M&A)·협업 등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파트너는 “전통적인 금융사들과의 경쟁이 아닌 디지털 업체와의 경쟁을 감안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판이 바뀌는 시점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의 생존 방안으로 핵심영역 20~30개를 집중 공략하고 나머지 지원영역 등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를 통해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의 사용성과 만족도를 높이게 된다는 판단이다. M&A 가능성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전통적인 금융과 다른 행위자들의 진입을 고려해 협업 비즈니스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초대형 은행’보다는 비용구조의 전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자산 포트폴리오의 차별화, 타깃 고객의 다양성 등을 가진 다층의 M&A와 협업에 무게를 뒀다. 그러면서 “M&A 등을 통해 자본의 안정성을 높일 때 위기 상황시 대응 능력이 제고되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자 수익에 의존하는 국내 은행업이 저평가가 고착된 일본과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 파트너는 “일본은 이자 비중을 70~75%까지 낮추고 수수료 수입을 50%까지 늘렸지만 여전히 ROE와 PBR이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여신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해외자산의 투자를 확대하는 등 노력이라도 했지만 국내 은행은 여전히 이자 수익이 85%가량을 차지하고 자산관리 수수료 등은 지난 5년간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자 이익으로 금융업 성장을 이끈 동력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자 이익도 구체적으로 보면 가계 부문 비중이 가장 큰데 이미 가계부채가 치솟아 더 이상 확대할 수 없고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어 마진도 하락할 수밖에 없어 수익의 85%를 차지하는 사업 부문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김 파트너는 “금융산업 자체의 비용 합리화와 고객 관점의 새로운 서비스 설계 전략 등을 세워 수익 창출력과 시장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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