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로 불붙은 HMR시장..."하반기 투자·제품군 늘린다"

<본지 10대 식품기업 설문>
코로나로 가정간편식 소비 급증
10곳 중 5곳 1분기 매출 증가
급식업체들 주력 사업 부진에도
HMR 선전에 0~5% 성장 전망
신세계푸드 R&D 추가투자 검토
타 업체도 설비 증설 등 나설듯


(전문)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언택트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종은 다름아닌 식품업계다. 재택근무로 인해 외식과 급식이 줄었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식품업계의 매출은 되레 상승했다. 이는 대면을 하지 않아도 ‘집콕’해 조리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제품 덕분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이 HMR 사업에 뛰어든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 절반이 1·4분기 매출이 늘었으며 이들의 대부분이 이미 HMR 투자를 마쳤거나 이르면 하반기에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인해 HMR 시장이 성장세에 있었지만 언택트 소비 트렌드는 HMR 제품을 아직 접하지 않은 신규 소비자까지 끌어 들이며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기존 식품업계 뿐 아니라 유통업체에 이어 구슬함박이나 의정부 부대찌게까지 골목 맛집의 진출도 앞당겼다.

◇두 곳 중 한 곳은 상반기 매출 증가=10개 업체 중 5곳의 1분기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풀무원은 전년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답했고 ‘불닭볶음면’으로 성장 중인 삼양식품 역시 ‘불닭볶음밥’ ‘불닭라볶이’등 HMR 제품의 동반 상승으로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답했다.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A사도 5~10%, 급식업체인 B사, 닭갈비볶음밥 등을 판매하는 치킨업체 C사도 0~5%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B사의 경우 주력 업종이 HMR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체 급식이 주력 사업이지만 새로 출시한 HMR 제품 수요 증가로 인한 식품 원자재 납품 실적 상승이 코로나19로 하락한 매출을 메우고도 남았다는 계산이다.

코로나19가 더 기승을 부린 2·4분기에는 매출 증가를 예상한 업체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0개 업체 중 6곳이 2·4분기에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자신했다. 다만 HMR 시장 역시 양극화가 발생하는 모양새다. 식품업계 톱 3인 오뚜기와 대상의 경우 B2B 비중이 높은 탓에 1분기 이어 2분기 역시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 경쟁=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A사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 추가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A사 관계자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R&D 추가 지원 등을 비롯해 신제품 출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상반기 외식사업의 부진이 예상되는 신세계푸드는 식품 제조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HMR R&D 역량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R&D 역량강화를 목표로 HMR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신세계푸드의 올반은 구슬함박과 손잡고 올반 구슬함박 스테이크를 선보이는 등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CJ오쇼핑에서 ‘올반 구슬함박 스테이크’를 선보인 신세계푸드는 홈쇼핑 데뷔전에서 1회만에 준비했던 초도물량 4,000개를 완판 했다. 외식 사업을 주로 하는 D사도 오프라인 매출이 감소한 탓에 1·4분기와 2·4분기 매출이 감소할 예정이지만 오히려 투자확대에 나선다. D사 관계자는 “HMR 설비 증설 등을 통해 판매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시적 성장이라는 주장도=다만 모두가 HMR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상반기 실적 증가에도 투자 의사가 없다고 밝힌 한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성장으로 보고있다”며 “하반기에는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반기에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으로 초기 사재기와 비축 물량이 있었던 만큼 이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여파가 매출 감소가 3·4분기까지 적어도 이어지는데다 비교적 적응이 됐다고 예상되는 3·4분기에도 기존 코로나19 매출의 85% 정도를 최대선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다른 사업 부문의 실적 감소로 HMR에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외식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되더라도 이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식문화 변화가 매출에 연결될 수 밖에 없다”며 “외식에서 성장하지 못하면 HMR 투자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윤·김보리기자 mani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