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의 세상보기] 경제대책 초점 고용에 맞춰라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美 일자리 유지 700조원 쓰는데
韓은 재난지원금 지급대상 논란
고용대책에 정부지원 집중해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미국 의회가 이번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추가 예산 지원을 결정했다. 한국 국회도 현재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2차 추경을 논의 중이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미국 지원의 핵심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름부터 ‘봉급 보호 프로그램(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이다. 형식상 대출이지만 고용 수준을 유지하면 탕감받을 수 있으므로 사실상 정부 재정으로 기업 노동자의 봉급을 대주는 셈이다.

우리 국회가 지금 논의하는 것은 일자리와 관계없이 재난지원금이라는 명목의 돈을 국민 개개인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다. 그 돈을 70%의 국민에게 주느냐 모든 국민에게 주느냐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신경을 쏟는 동안 자영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무너져가고 그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이 실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3월 고용동향에서 ‘쉬었음’이라는 사람들의 숫자가 지난해와 비교해 40만명, 일시휴직자는 130만명 늘었다. 조사 시점이 3월 중순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 후 확산한 전염병의 영향으로 실제 고용시장에 대한 충격은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당사자인 업주와 기업에 직접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미국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이미 400조원을 PPP 형식으로 기업에 지원했고 소진되자마자 추가로 300조원을 마련했다. 한국의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불과 5,000억원으로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너무 차이가 난다.

조건과 절차도 개선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휴업 또는 휴직을 시행하고 피해 입증과 노사협의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돈은 사후에 받는다. 미국은 대출 형식을 통해 돈을 미리 받으며 고용을 유지하는 일 말고는 특별한 조건이나 서류가 필요하지 않다. 지원 수준도 한국은 70∼90%이지만 미국은 전액이 원칙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대부분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에 애로를 겪었다고 한다.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소상공인이 60%가 넘지만 실제로 신청한 사람은 그 절반도 안 된다. 그만큼 까다롭거나 효과가 미미하다는 증거다. 주위에서도 학원이나 헬스장을 하는 분 중에 신청을 포기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기업도산과 대량실업을 막기 위한 금융지원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 그동안 시행한 100조원 금융지원대책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22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회사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과 고용안정과 관련한 보강 대책을 마련했다. 자금 문제는 몇몇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산업과 기업이 맞닥뜨린 상황이다. 중앙은행이 회사채 시장에 직접 개입한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우리도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정부가 보증함으로써 회사채 수요가 시장에서 살아나도록 조치해야 한다. 은행도 상환 연기나 추가 대출을 통해 기업의 유동성을 보충해줘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정된 국가 재정을 고려하면 고용촉진 효과가 없는 재난지원금은 줄여 마땅하다. 현재 중앙정부·광역단체·기초단체의 재난지원금을 다 합치면 십몇조원은 족히 되는데 중복지원이나 경기도에서 10만원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게 하는 사례에서 보듯 집행의 비효율성도 크다. 이 돈으로 잘 짜인 고용대책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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