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 참석해 ‘한국 금융: 변화와 대응’이란 내용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금융, 미래 생존전략을 다시 쓰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유튜브 등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승현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로) 고객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판매한 금융회사가 수수료를 받지 않는 유인합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금융상품 수수료 체계 개편 방안을 암시한 것으로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도입한 ‘개인퇴직연금(IRP)의 손실 고객에 대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금융상품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22일 사상 첫 디지털 생중계로 진행된 ‘제1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 기조강연에서 “고객이 손실을 입었는데도 금융회사들이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손실 고객의 수수료를 면제하면 금융회사는 소비자 보호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고객은 금융사를 믿고 의지할 수 있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의 이 같은 지적은 지난해 은행권이 판매해 대규모 손실을 입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례처럼 고객 손익과 무관한 금융회사의 수수료 수익이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됐다. 당시 약정수익률 2%대, 실제손실률 평균 54.5%의 DLF에 일부 은행에서 4~7%대의 수수료를 부과한 것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윤 원장은 “(수수료 면제 제도를) 당장 시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IRP 고객 중 손실을 본 고객에게는 당해 수수료를 면제해준다는 은행들의 발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고객과 금융사의 이익을 합치시키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윤 원장에 이어 ‘아시아 금융 생존 전략 및 국내 금융업의 시사점’에 대한 주제강연에 나선 김수호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제로금리와 전통금융사의 대면채널 약화, 신용 리스크 등으로 국내 은행 역시 수익력 악화라는 도전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자본비용 감축은 물론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오는 2022년까지 북미 금융사들 역시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40%까지 절감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며 “은행의 핵심영역을 제외한 지원파트 등의 아웃소싱과 디지털 전환 같은 근본적인 비용구조 개선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가량 개선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은영·송종호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