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가 폭락發 'D의 공포' …수요 진작 플랜 서둘러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이에 따른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디플레이션으로 자동차 등이 점점 싸지면 소비를 뒤로 미루고 결국 소비 자체가 줄어든다”며 악순환의 퍼즐을 제시했다. 디플레이션은 수요위축으로 물가가 하락하고 자산가격까지 급락하는 것으로 최악의 경기침체 유형이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주택판매가 4년여 만에 최악으로 줄어드는 등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벌써 자산시장에 드리워지고 있다.


우리도 3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달보다 0.8% 떨어지는 등 징조가 좋지 않다. 소비가 얼어붙은 가운데 유가 폭락으로 조선·정유 등 수출기업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다.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디플레이션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디플레이션의 악몽을 막기 위해 지방정부와 국영기업들까지 나서 ‘코로나 뉴딜’로 일컬어지는 강력한 내수부양책에 시동을 걸었다. 광저우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누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축구장 건설에 착수했고 5세대(5G) 통신 기지국 등 ‘신(新) 사회간접자본(SOC)’에도 지방 정부별로 조 단위 투자에 나섰다.

반면 우리는 재난지원금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핑퐁게임 끝에 가까스로 합의하는 등 답답한 모습을 거듭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판 뉴딜 추진단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속도가 너무 굼뜨다. 이런 정책 속도로는 프로젝트를 찾는 데 시간을 다 보낼 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생산·투자·소비 전반에 걸친 총수요진작책을 담은 종합플랜을 마련해 곧바로 집행해야 한다. 이미 발표한 24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조기 발주하는 한편 개별소비세 감면 대상을 확대하고 자동차 업계 등이 요구한 취득세 감면 등 획기적인 세제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반도체 등 공장 신증설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도 즉시 풀어야 한다. 지금은 모든 비상플랜을 일제히 가동해도 위기극복을 장담할 수 없는 엄중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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