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보며 배우고 e놀이터서 놀고...우리 아이는 '집콕 유치원' 다녀요

[유치원·어린이집 개학 무기한 연기...슬기로운 홈스쿨링 생활]
서울교육청 '온라인 수업' 준하는
가정용 놀이·교육 프로그램 제공
유치원 교사·부모간 교류도 확대
EBS선 학습용 만화영화 등 방영
충남도 집안 도서관·공부방 운영



한 어린이가 집에서 엄마와 함께 노트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초중고교가 순차적으로 개학에 돌입한 반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개학은 무기한 연기돼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한 달 넘게 아이들과 집에서 놀아주고는 있지만 함께할 수 있는 놀잇감과 학습 프로그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선 교육청과 한국교육방송(EBS)이 집에서 학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학부모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걱정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면 가정에서도 유치원과 같은 학습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유아들의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고 자기 주도적 놀이 경험을 높이고자 ‘집콕 유치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집콕 유치원’은 온라인 수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유아들에게 온라인 수업에 준하는 놀이·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존에 교육청 산하 유아교육진흥원에서 제공하는 ‘집콕놀이’를 포괄적인 가정 연계활동 프로그램으로 확대 운영하고 각 유치원이 등원하지 않는 아이들을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집콕놀이’는 학부모가 집에서 유아 놀이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기준 무료 ‘집콕놀이’ 자료 스물다섯 가지가 유아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이를테면 버스·승합차 안전한 승하차법, 횡단보도 건너는 법 등 유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돼 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부를 수 있는 전래 동요도 올라와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집콕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각 유치원들이 등원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놀잇감을 보내주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놀이 꾸러미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예시 등이 담긴 활용법을 유치원에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유치원은 각 원이 보유한 전통놀이기구·요리재료·도서·미술재료·장난감 등을 ‘놀이 꾸러미’로 구성해 각 가정에 제공할 계획이다. 유치원별 상황에 따라 각 가정에서 택배·드라이브스루(차량 이용)·방문수령 등 방법으로 제공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과 가정 사이의 상호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유치원 홈페이지나 모바일메신저·클래스팅·스쿨문자 등 플랫폼을 통해 유치원·가정 연락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줌(Zoom)’을 비롯한 화상회의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안내해 교사와 학부모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1주일에 최소한 1번 이상은 교사가 유선으로 유아의 생활지도를 하고 유아 건강상태 확인이나 생활상담도 하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교육청은 “교사와 유아·학부모가 상호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집콕 유치원 활동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칭은 다르지만 다른 교육청들도 ‘집콕놀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충청남도교육청의 경우 산하 유아교육원을 통해 ‘집 안 놀이터’ ‘집 안 도서관’ ‘집 안 공부방’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집 안 놀이터’는 교육원 교사들이 직접 종이로 벚꽃을 접는 방법을 소개하는 등 학부모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 프로그램을 알려준다. ‘집 안 도서관’에서는 누리과정(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 동화를 포함해 다양한 읽을거리가 제공된다. ‘집 안 공부방’은 아이를 키우면서 학부모들이 흔히 하는 고민거리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된다.

광주교육청 산하 유아교육진흥원도 다양한 유아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빛고을 e-놀이터’를 통해 여러 놀이를 안내한다. 안전교육 코너에서는 놀이터 안전하게 이용하기, 올바른 식습관, 머리가 아팠을 때 대처법 등 어린이들이 평소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 상황을 피하는 방법이나 올바른 기본 생활습관 등을 알려준다. 집콕 놀이꾸러미 코너에서는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놀이 방법과 준비물 등을 안내한다. 수학·과학놀이 코너에서는 날씨 관련 이야기가 담긴 사이버 기상교실 등 창의과학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색종이로 매직큐브 접기, 흙을 활용한 놀이법 등이 미술놀이 코너에 올라와 있다.

EBS TV에서 방영되는 여러 애니메이션 만화영화나 교육프로그램을 활용해도 좋다. 또 음악을 주제로 한 허풍선이 남작과 조수 베티의 모험을 그린 ‘허풍선이 음악쇼’, 시공간을 오가며 맞닥뜨린 각종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하는 ‘세미와 매직큐브’ 등이 방영된다. 꼬마 발명가 에디슨의 활약상을 다룬 ‘똑똑 친구, 에디슨’과 인체의 신비, 사물의 원리, 자연 현상 등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는 ‘아하, 그렇구나’도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유아교육 기업에서 제공하는 무료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NE능률 유아교육 전문 브랜드 엔이키즈는 4월까지 4~7세 유아를 위한 온라인 홈스쿨링 콘텐츠를 홈페이지에서 무상 제공하고 있다. 독서·창의놀이·미술·영어·한글·수학의 디지털 교재·음성파일·영상·애니메이션이 제공된다. 비상교육도 이달 13일부터 2주간 ‘EBS 누리샘(비상교육과 EBS 합작 사이트)’을 통해 누리과정 교육을 돕는 ‘온라인 유아학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