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 인수로 리딩뱅크 탈환을 노린 KB금융그룹의 1·4분기 실적이 예상치보다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본시장 부문의 실적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여파가 커지고 기업들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2·4분기 실적부터가 진짜 문제라는 우려가 높다.
KB금융은 23일 지난 1·4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한 7,29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 예측치인 8,000억원 초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유가증권과 파생상품·외환 관련 손실 확대로 2,773억원의 기타영업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특히 지난해 1·4분기 809억원 흑자를 냈던 KB증권이 올해는 214억원 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KB금융은 “KB증권의 경우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운용손실과 라임운용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관련 평가손 및 일회성 충당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라임운용 TRS 거래 평가손은 약 400억원, 일회성 충당금은 약 190억원이다.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5,8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기타영업손실이 확대됐지만 순이자이익(1조6,375억원)과 순수수료이익(2,858억원)이 각각 5.5%, 4.0% 증가한 덕분이다. KB손해보험은 2.5% 늘어난 772억원, KB국민카드는 5.3% 증가한 8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냈다.
KB금융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오는 8월 말께 푸르덴셜생명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연내 염가매수차익이 인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푸르덴셜생명을 1∼2년 독립적으로 운영한 뒤 KB생명과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금융 관계자는 “예비실사 과정에서 염가매수차익이 일부 발생하였으나 딜 클로징 시점에 회계법인을 통해 재평가해 반영하게 된다”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해 손익영향을 최소화 할것이고 염가매수 차익이 발생한다면 반영시기는 올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KB금융 관계자는 “은행 원화대출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지난해 말보다 4.2% 증가하는 등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전 계열사가 순수수료이익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 그룹의 경상적인 이익 체력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실을 다지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진정한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