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매직' 코로나도 넘었다…LG생활건강 실적 또 역대최대

1분기 화장품 소폭 부진했지만
생활용품 매출 19% 깜짝 성장
하반기 소비심리·中 회복 더딜땐
신기록 행진 멈출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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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05190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외 사업 환경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역대 1·4분기 중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차석용 매직’을 이어갔다. 지난 2005년 차석용 부회장 취임 후 중국 한한령(한류제한령)에도 끄덕 없이 지속됐던 신기록 행진은 코로나19에 가로막혀 15년 만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화장품 사업의 부진을 생활용품 사업이 뒷받침하면서 올 1·4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화장품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하반기 국내 소비 회복과 중국 소비 반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올 1·4분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증가한 1조8,9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37억원으로 3.6% 성장했다. 2005년 이후 15년 연속 증가한 것은 물론, 역대 1·4분기 실적 중 최고치다.


◇깜짝실적 주인공은 ‘생활용품’=코로나19 영향으로 화장품 사업이 쪼그라든 가운데 실적의 연속 상승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생활용품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1·4분기 생활용품 사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4,793억원, 영업이익은 50.7% 성장한 65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1%에서 25%로 늘었다. 생활용품 사업이 성장한 것은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반대로 위생용품의 수요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토탈 보디케어 브랜드 온더바디는 항균 손세정제 등의 인기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2%의 성장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생활용품은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데다 화장품과 달리 코로나19 수혜를 받아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유통재고 축소와 고정비 효율화 등의 성과도 맞물리면서 영업이익도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은 코로나에 직격탄=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화장품 사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1조66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영업이익도 10% 줄어든 2,215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사업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매출이 급감했고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면세점 채널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대표 브랜드인 ‘후’의 매출도 8% 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인 1월부터 2월 중순까지는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해 매출 감소 폭이 시장의 예상보다 작았다. 여기에 초고가 라인이 높은 수요를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것도 타격을 최소화하는데 한 몫 했다. 숨과 오휘의 초고가 라인인 ‘로시크숨마’와 ‘더퍼스트’는 각각 13%, 52% 성장했다.

◇하반기 소비심리 회복이 관건=다만 코로나19 여파가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는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생활용품 부문으로 리스크를 축소하고 있지만, 비중이 작아 화장품 매출의 타격을 메우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에 올 하반기 국내외 소비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연간 이익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 측도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상황이 악화되어 2·4분기 실적을 1·4분기보다 더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1·4분기 실적에 크게 기여한 음료사업도 야유회 등의 단체 행사 매출이 크기 때문에 2·4분기 이후에도 코로나 영향이 계속된다면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올 1·4분기 음료사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한 3,505억원, 영업이익은 43.9% 증가한 46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야외활동은 줄었지만 배달음식과 온라인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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