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손실 우려에..원유 ETF 운용방식 긴급 변경

6월물 비중 줄이고 7~9월물 편입
당국 WTI 연계 상품 잇단 주의보
증권사도 인버스 ETN 투자경고


국제유가가 널뛰기하는 가운데 유가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전액손실’을 우려해 운용방식을 긴급 변경했다. 금융감독원은 유가 상장지수증권(ETN)과 함께 ETF에도 최고 수준인 ‘위험’에 해당하는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으며 증권사들은 유가가 예상치 못하게 급등할 경우 인버스 상품도 ‘0원 청산’이 될 수 있다며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23일 삼성자산운용은 KODEX WTI 원유선물(H) ETF의 6월물 비중을 대폭 줄이고 7~9월물을 새로 편입했다. 기존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 선물의 비중이 79.22%였지만 19.82%로 대폭 줄였다. 대신 7월물, 8월물을 각각 19.82%, 19.26%로 담았다. 9월물도 9.42%의 비중으로 담았다. 또 기존 20.78%를 차지했던 US OIL FUND ETF(USO)의 비중은 18.65% 줄였다. 미국의 최대 유가 ETF 중 하나인 USO도 최근월물의 비중을 줄이고 원월물 비중을 늘렸다.


삼성 KODEX WTI ETF는 당초 매월 초 5영업일에 걸쳐 최근월물에서 차근원물로 20%씩 비중을 늘리는 ‘전진 이연’ 방식의 롤오버를 해왔다. 이달 초에도 이미 5월물에서 6월물로 롤오버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후 5월물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추후 6월물도 자칫 ‘0’ 이하로 떨어질 경우 펀드 순자산이 모두 날아가게 된다. 삼성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기존 운용방식대로라면 투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운용 방식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설명서와 차이가 있는 운용방식 변경에 대해 거래소 등 관계기관은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재차 WTI 연계 상품에 대한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9일 원유 선물 연계 ETN에 대해 2012년 6월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후 처음으로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은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WTI 상품의 가격이 급락하고 괴리율은 크게 확대되고 있어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소비자경보를 다시 발령한다”고 밝혔다.

또 증권사들은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가 하락에 베팅한 시가총액 총 5,000억원 규모의 인버스 ETN 상품도 유가 급변동에 따른 상장폐지 및 전액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 관련 공시에서 “해당 종목은 원유 선물 가격의 -2배를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으로 “원유 선물 가격이 50% 이상 오르면 지표가치(기초자산 가격)가 0이 돼 투자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원유 인버스 ETN 상품 6종의 전날 기준 시가총액은 총 5,055억원이며 이 가운데 유가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3종의 시총이 4,006억원에 이른다. /이완기·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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