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성평등 사회와 여성 리더십

예금보험공사 사장 위성백

최근 전에 없던 습관이 생겼다. 수시로 스마트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조회해본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2월 말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까지 올라갔다가 팬데믹 이후 외국 상황이 더 심각해진 지금은 어느새 20위권 밑으로 내려왔다. 최근 확진자 수는 크게 줄어 안정적인 추세다. 사태 초기부터 대규모 검사·진단과 투명한 정보공개, 의료진의 헌신적인 치료와 성숙한 국민들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만들어낸 성과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범사례를 만들어가는 우리 방역당국의 중심에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침착하고 흔들림 없는 리더십이 인상적이다. 인내심과 세심함을 바탕으로 방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여성 리더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코로나19 위기를 비교적 잘 관리하는 국가의 지도자 중 여성이 많다고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태 초기부터 고위험군을 철저히 격리하고 선제적으로 검사를 많이 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치명률이 낮다. 방역관리가 양호한 대만·뉴질랜드 등도 여성 지도자가 이끌고 있다. 포용적이고 문제 해결 중심인 여성 리더십의 장점이 잘 발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여성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사례가 많고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었지만 아직도 기업의 성평등 수준은 높지 않다. 미국·유럽의 글로벌 기업에서도 여성 임원 비율이 5%를 넘지 못하고 최근 발표된 국내 200대 상장사의 여성 등기임원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러 연구와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특정 성에 치우친 조직일수록 효율성과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에 유능한 여성 인력을 활용해 기업경쟁력을 키우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전 사회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성보호시간 보장, 자녀돌봄휴가 제도 등의 선제적 시행은 물론 단시간 근무와 시차출퇴근 등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 일·가정을 양립하고 있다. 여성 리더 성장을 위한 여성 멘토링, 복직자 적응 프로그램 등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인사부서 등 주요 부서에 여성 부서장을 임명하고 조직문화팀장에 여성을 발탁해 여성 리더 양성과 성평등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대부분 조직의 절반이 여성인 요즘 시대에 성평등의 중요성은 단순히 남녀 간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다양성을 키워 기업·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에 있다. 사회 구성원이 함께 마음을 열고 서로의 차이와 특성을 이해하며 성평등 문화 발전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아울러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최전선인 보건의료·교육 현장을 이끌고 있는 여성들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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