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한 데 대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관련 사퇴가 정치권을 강타했다.
여야는 23일 오 시장의 성추행 발생 시점이 ‘4·15총선 일주일 전’이라는 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이날 오전 부산시당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여당과 청와대가 사퇴 시점을 의도적으로 총선 이후로 조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특히 여당은 총선 승리 후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사태 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야당은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거론하고 있어 여야가 오 시장의 사퇴 시점 조율과 정국 주도권을 놓고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 중 사퇴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부산시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된 것에 대해 부산시민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점을 강조하며 불똥이 민주당으로 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오 시장의 일탈행위에 대해 24일부터 윤리심판원 회의를 통한 징계에 착수하고 제명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시사했다. 다만 중앙당은 이날 오전에야 오 시장의 사퇴 예정 소식을 인지했다고 선을 그었다. 윤 사무총장은 “사건이 총선 일주일 전쯤 발생했다고 하는데 부산시당은 ‘피해자 심리상태가 안정돼 있지 않아서 상담센터에서 피해자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 급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의 기자회견 예정 소식도 1시간30분 전에 최초로 인지한 데 이어 이해찬 대표 보고 역시 기자회견 15분 전에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또 오 시장 보좌진이 오 시장의 사퇴를 총선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조치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검토될 수 있다”며 “지난해 가을 한 차례 (미투 의혹과 관련한) 보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을 주목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해 중앙당 차원의 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사퇴 시점을 놓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성원 대변인은 “성추행 이후 오 시장의 행보는 파렴치를 넘어 끔찍하기까지 하다”며 “(오 시장은) 주변 사람을 동원해 회유를 시도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의 인권마저 정치적 계산에 이용하고 끝까지 부산시민과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는 행위”라며 “총선 이후 사퇴가 개인의 결정인지, 그 윗선의 누군가와 모의를 한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총선 전에 이 문제가 불거질 경우 총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던 만큼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또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김남국 당선자의 성 비하 팟캐스트 출연 논란 등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의 ‘민낯’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따라 통합당 내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권이 이 사건에 관여했는지 등을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오규 전 통합당 부산서·동구 당협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의 권력층이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묵인했는지, 본인이 스스로 한 것인지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피해자 고소와 관계없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하고 오 시장은 법정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내년 4월 치러질 예정인 보궐선거 후보로 통합당에서는 김세연 전 의원과 김정우·김도읍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이 전날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은 데 이어 오 시장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자 내년 보궐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상용·구경우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