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며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한국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접기로 하면서 세트 업체들의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한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인력 빼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24일 디스플레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대표 TV제조사 TCL의 설립자인 리둥성 회장은 언론을 통해 “삼성과 LG의 LCD 사업 철수가 중국 기업에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이미 중국 업체들이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 같은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말까지 LCD 사업을 접겠다고 밝히자 BOE·CSOT(중국) 및 AUO(대만) 등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삼성전자 납품 물량(전체의 30%)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해온 LCD패널은 연 1,000만장 규모로 추산되며 해당 물량을 잡을 경우 삼성전자 납품사로서의 인지도·시장점유율을 모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만과 중국 업체의 패널을 고르게 채택하는 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인 QLED 8K TV에 이미 AUO의 패널이 채택되고 있는데 부족한 분량 가운데 프리미엄 급은 샤프가, 나머지는 BOE·CSOT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 중에 TCL의 자회사인 CSOT(차이나스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철수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볼 것으로 예상된다. TCL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설비 매각을 고려 중인 쑤저우 공장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선전에 있는 CSOT의 LCD 공장 지분을 9.8% 보유하고 있다.
중화권 업체들은 국내 기술 인력 빼가기에 노골적이다. 최근 국내 채용 사이트에는 한 헤드헌팅 업체가 해외 유명 디스플레이사에서 ‘65인치 대형 OLED 패널 10년 이상 경력자’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디스플레이업체는 중국의 BOE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2년간 공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LG디스플레이(034220)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삼성디스플레이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한국 기술인력 유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면서도 “하필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틈을 타서 차세대 기술 인력을 빼가려고 해 국내 업체들이 단도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일전에도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인재 사냥 등으로 한국의 LCD 점유율을 뺏어왔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 당시 스카우트된 국내 기술자들의 경우 계약 기간이 종료된 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거나 기술 유출로 소송을 당하는 등 말로가 좋지 않았다”며 “3년 반짝 억대 연봉을 받느니 국내에서 성과급을 챙기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