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 전격 사퇴한 가운데 피해자가 오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목한 오 전 시장의 집무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24일 부산시청 9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장 집무실에 CCTV는 없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을 입증할 증거가 될 수도 있는 시장 집무실 CCTV가 없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사건 실체 파악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추행 피해자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달 초 업무시간에 오 전 시장 수행비서의 업무상 호출을 받고 집무실로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성추행 장소가 시장 집무실이라고 지목했다.
현재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구체적인 성추행 시점이나 내용 등을 파악하는 한편 성추행이 발생한 시장 집무실 구조나 주변 CCTV 영상 등도 수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추행 피해자와 부산성폭력상담소 측은 오 전 시장 기자회견 이후 확실한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전제로 고소·고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은 오 전 시장 혐의 내용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판단되거나 피해자나 여성단체에서 고소·고발할 경우 내사에서 수사 단계로 전환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연합뉴스
앞서 오 전 시장은 전날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부로 시장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며 “이것이 해서는 안될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또 “저의 행동이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이런 잘못을 안고 위대한 부산시민이 맡겨주신 시장직을 더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도 했다.
이어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에게 사죄드리고 남은 삶을 참회하는 삶을 살겠다”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며 울먹였다.
오 전 시장은 “3전 4기로 어렵게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부산을 위해 참 잘해내고 싶었다”며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 죄송스럽다”고 말한 뒤 4분에 걸친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편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은 이달 초 부산시장 집무실에서 있었으며 사건 직후 피해여성이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이를 신고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는 민감한 시기임을 감안해 오 전 시장 사퇴시기를 총선 이후로 제안했고 피해 여성도 이번 일이 정치화 되는 것을 우려해 이에 동의하면서 사퇴시기가 이날로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