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놓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가 지난 16일 정부로부터 추경안을 제출받고 청와대까지 나서서 재난지원금에 대한 긴급명령권까지 시사하면서 압박에 들어갔지만 야당은 적자 국채 발행에 대한 반대라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추경안의 ‘늑장 처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야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논의에서 가장 핵심 쟁점은 국채 발행 여부로 모아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지급을 위한 재난지원금 예산 14조3,000억원 가운데 최대 4조6,000억원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래통합당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추가 국채 발행에 부정적이다.
앞서 정부는 ‘소득 하위 70%’ 기준 재난지원금 예산을 국비 7조6,000억원, 지방비 2조1,000억원 등 9조7,000억원으로 잡고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당정이 긴급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골자로 한 합의안을 마련,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재난지원금 소요 예산은 9조7,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당정은 추가로 필요한 4조6,000억원 가운데 3조6,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1조원은 지방비로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지방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4조6,000억원 전액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지방비 분담금은 2조1,000억원으로 유지된다.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이 2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추경과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공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당은 정부가 이 내용을 반영한 수정 추경안을 다시 제출해야 심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적자국채 발행에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수정안이 제출되더라도 추가 세출 조정 등으로 추가 예산을 확보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수정안을 공식 제출하면 검토해보겠지만 통합당의 기본 입장은 적자국채 발행 반대”라며 “지금도 나랏빚이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늘어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에 따른 추가예산 4조6천억원을 전액 국비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 “곧 빚잔치라도 하려는 건가”라며 “국채를 1조원 더 발행한다는 얘기는 ‘소경이 제 닭 잡아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통합당으로서도 ‘시간 끌기’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금주 중 추경안 심사 자체에는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심 원내대표는 “수정 예산안을 들고 온다면 관련 상임위 심사나 예결위 전체 회의 일정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7일께 자발적 기부와 관련한 특별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목표 아래 야당과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예결위 전체회의 등 원내 일정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이므로 여야가 합의하기만 하면 29일 오후 늦게라도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추경안이 오는 29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30일부터는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지며 5월 초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청와대가 다음 달 13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준비를 하겠다며 국회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민주당은 야당을 끝까지 설득해 오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추경안 심사와 본회의 일정을 잡기 위한 여야 협상이 도돌이표 상황”이라며 “이견이 있으면 예산결산특위를 일단 열어 논의하면 되는데 논의의 장마저 열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