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혜택 줄며 매력 뚝...'사회안전망 기능' 개인연금도 쪼그라들어

[제로금리 역풍맞은 보험산업-<중>갈수록 뒷걸음치는 세제 혜택]
2014년 세제개편 기점으로
청년·저소득층 가입 감소세
보험시장 정체 현상 부채질
세액공제 한도 확대·보조금 지급
정책지원 통해 잠재수요 발굴을


보험연구원은 올해 보험산업 전체 매출(수입보험료)이 202조7,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 수입보험료 규모가 총 212조7,60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4~5% 수준의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물론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업위축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현재로서는 기대치가 더 낮아졌다.

최근 2~3년간 수입보험료 규모는 정체와 감소를 거듭했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및 시장포화로 신계약 성장세가 둔화된 동시에 경기둔화로 해약마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적립금 규모가 자연증가하는 퇴직연금을 제외하면 보장성보험·개인연금 등 대부분의 상품 매출은 정체되거나 감소 추세로 전환한 지 오래다. 2000년대 들어 보험시장 성장을 견인하던 저축성보험은 저금리와 회계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보험사들의 판매전략 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모두 줄면서 5년째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물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보험산업의 침체는 필연적이다. 고령화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는 반면 저출산으로 신계약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갈수록 후퇴하는 보험 관련 세제혜택이 시장정체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주장한다. 상품의 가치가 먼 미래에 실현되는데다 고객이 직접 상품의 가치에 대해 인지하거나 평가하기 어려운 보험상품의 특성상 세제혜택은 고객 스스로 보험 가입을 결정하게 하는 유인효과가 크다. 그러나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이 갈수록 줄면서 보험 관련 세금감면 혜택도 최근 10여년간 후퇴를 거듭했고 세제 유인효과도 그만큼 줄었다.


현재 민간보험에 적용되는 세제혜택은 총 세 가지다.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 비과세 △연금계좌 세액공제 △보장성보험(자동차보험 포함)에 대한 세액공제 등이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지난 2017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시납 한도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었고 월 150만원의 적립식 한도가 신설됐다. 또 연 400만원 한도로 최대 1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계좌(퇴직연금 연 납입액 300만원 별도)의 경우 기존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2014년 세액공제로 변경됐고 총급여 1억2,000만원(종합소득금액 1억원) 이상인 고소득자는 2017년부터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액마저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었다. 50세 이상 국민에게 연간 소득공제 한도 외에 추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미국의 캐치업 플랜에 착안, 국내에도 50세 이상 가입자 혜택을 늘려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잇따르면서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으나 세액공제 납입한도를 기존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려주는 혜택은 올해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만 적용된다. 2002년만 해도 연 1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했던 보장성보험(자동차보험 포함)도 2014년 세액공제로 변경되면서 가입자가 누릴 수 있는 세금경감 혜택이 미미해졌다.

세제혜택 축소와 함께 20~30대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보험 가입률도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2,464명을 대상으로 한 ‘2019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58.5%, 73.1%로 전년 대비 5.3%포인트, 4.2%포인트씩 감소했다. 또 가구 소득 기준으로는 저소득 가구의 생명보험 가입률이 69.0%에서 68.4%, 중소득 가구가 79.8%에서 72%로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장기손해보험 가입률에서도 유사했다. 지난해 20대와 30대의 장기손해보험 가입률은 각각 59.5%, 71.5%로 1년 만에 8.6%포인트, 7.2%포인트 감소했고 저소득층 역시 같은 기간 가입률이 59.2%에서 53.1%로 떨어졌다.

보험업계는 갑작스러운 질병·재해·사망·소득상실 등에 따른 피해를 완화해주는 민간보험은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 등 공적 서비스의 빈틈을 보완해주는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인 만큼 청년층과 저소득층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게 하려면 보험 가입에 따른 세제혜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이 개인연금시장의 급격한 위축이다. 국민연금·퇴직연금과 함께 노후소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3층 노후소득보장체계의 주요 축으로 꼽히는 개인연금의 경우 세제혜택 축소 등으로 시장 자체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개인연금은 2014년 세제개편을 기점으로 세제혜택에 따른 유인효과가 거의 사라졌다. 여기에 개인연금 등 저축성보험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축소하고 분급 형태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판매유인도 크게 줄었다. 특히 주요 판매채널인 방카슈랑스 채널의 경우 신계약비 수준을 설계사 채널의 절반으로 제한하면서 은행 창구에서는 더 이상 개인연금을 대표상품으로 내걸지 않게 됐다. 보험업계에서는 개인의 효율적인 장수위험 관리를 위해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혜택 강화, 보조금 지급, 판매 인센티브 확대 등의 정책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세제혜택이 줄면 저소득 과세미달자의 가입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세액공제를 소득공제로 환원하거나 세액공제 비율을 상향 조정해 잠재적 수요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조금 지급도 고려할 만하다. 독일 리스터연금의 경우 저소득층 개인연금보험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공사연계연금 설계방식으로 노인 빈곤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 가구구조 변화 등의 요인으로 개인연금보험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개인연금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며 “개인연금보험 활성화는 산업의 문제가 아닌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큰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 손해율 상승, 최저임금 상승 등 다양한 원가요인에 따라 보험료가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 역시 세제혜택 확대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가령 보장성보험은 자동차보험료와 합산해 최대 1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데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동차보험료만으로 공제 한도를 채우는 실정이다. 업계가 세액공제 한도를 200만원까지 늘리거나 자동차보험과 분리 공제할 것을 거듭 건의하는 이유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로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이 하락을 거듭하면서 신계약 수요도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며 “국민이 연금이나 보장성보험을 통해 안전망을 보완하게 하려면 보험 가입 및 납부에 따른 세제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