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1·4분기에 전 분기 대비 -1.4%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4·4분기에 -3.3%를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1·4분기 성장률이 -6.8%로 1976년 문화대혁명 이후 최저였다. 미국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8.7%, 산업생산도 1946년 이후 가장 큰 폭인 5.4% 급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 1월 3.3%에서 4월 -3.0%로 대폭 낮췄다. 국가별 성장률도 미국 -5.9%, 일본 -5.2%,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7.5%, 중국 1.2%, 한국 -1.2%로 수정 전망했다. 그러나 이 전망치들은 매우 불확실한 가정하에 도출됐다. 올 하반기 방역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되고 셧다운 지속 기간이 근무일의 5~8% 정도에 머무르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35.6달러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언제 이뤄질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에서 방역조치 해제를 속단하기도 어렵고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가정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결국 조만간 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
2·4분기 상황이 최악이 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이번 위기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감염병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급감하고 국경 봉쇄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다. 유동성 고갈 상태로 내몰린 기업들의 연쇄도산과 대량실직으로 인해 실물 부문에서 발생한 위기가 금융 부문으로 전이되고 있다. 모든 나라가 직접적인 피해를 본 취약계층과 고용유지를 위한 기업의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원 방식과 규모는 국가별 편차가 매우 크다. 섣부른 경기부양책은 감염병 재발을 초래할 수 있다. 타이밍을 놓쳐서도 안 되지만 아무리 급해도 정책집행은 신중해야 한다. 미국처럼 헬리콥터 머니를 뿌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나라도 별로 없지만 어설프게 따라 했다가 부작용을 뒷감당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의 조기 종식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피해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다. V자형 반등을 기대할 수 없다. 매우 완만한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상황이 급박하더라도 실물 부문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신속하면서도 면밀하게 정책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과 적자 국채발행 모두 ‘구축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상위 소득계층에는 개인 소득으로 이뤄질 소비를 정부 지원금을 통한 소비로 대체하게 하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뿐이다. 기업지원을 위한 국채발행 역시 회사채 유통을 어렵게 만들어 오히려 기업의 자금조달을 힘들게 할 가능성이 있다.
이달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2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 발행을 위한 국가보증 동의안을 의결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강력한 의지표명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은 적시에 대규모로 한시적이고 선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IMF의 정책권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재정투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정부정책으로 경제체질이 약화되고 기업의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에서 부양책을 쏟아내봐야 재정건전성만 나빠질 수 있다. 재정투입과 더불어 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사관계를 포함한 과감한 제도개선이 병행돼 한다. 역설적이지만 위기이기에 체질개선이 가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