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자산 유가ETF, 정보오류 늑장 수정...투자자들 "이럴수가"

22일밤 6월물 줄이고 7~9월물 확대 교체후
순자산가치 표기 변경은 즉각 반영 안돼
23~24일 HTS·MTS에는 '잘못된 가치' 표시
투자자 "잘못된 정보 보고 싼줄 알고 추가투자"
전산 오류 바로잡아 27일부터야 제대로 표시
삼성자산 "LP호가는 실제가치 근거로 제시"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22일 밤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자산을 변경한 이후에도 실제가치인 ‘순자산가치(i NAV)’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23~24일 이틀 동안 실제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매매하게 됐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27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 ETF의 투자자들에 따르면 지난 22일 밤 삼성자산운용이 해당 ETF의 보유자산을 기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 선물 100%에서 6월물 비중을 줄이고 7~9월물을 늘렸다. 6월 비중이 기존에는 79.22%였지만 32.82%로 줄이고 7·8·9월물을 각각 19.82%, 19.26%, 9.42% 담았다. 또 기존 20.78%었던 US OIL FUND ETF(USO)의 비중은 18.65% 줄였다. 미국의 최대 유가 ETF 중 하나인 USO도 최근 6월물 비중을 줄이고 7월물 비중을 늘렸다.

문제는 이 같은 자산 교체가 23~24일 실시간순자산가치(iNAV)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ETF나 ETN과 같은 상품들은 장중에 이론적인 실제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해 이를 보고 투자자들이 매매호가를 낼 수 있도록 한다. 23일부터 6월물 가격이 크게 반등하고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7~9월물 가격의 반등 폭은 작았기 때문에 KODEX WTI ETF의 월물 교체 전후로 이 펀드의 이론상 순자산가치가 벌어졌다. 기존에 6월물만 담은 ETF 순자산가치는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23~24일 상대적으로 높고, 7~9월물까지 분산해서 담은 ETF는 순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된 순자산가치를 홈트레이딩시스템(HTS)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상에서 보고 거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례로 24일 오전 10시 44분께 KODEX WTI ETF의 매매가격은 4,200원이었는데 순자산가치(iNAV)는 4,533원으로 표시됐다. 이 때 순자산가치는 6월물만 담았을 경우를 가정한 가치로, 실제 월물교체가 이뤄진 이후에는 이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은 “순자산가치보다 매매가격이 낮아 저평가 됐다고 생각하고 추가 매수에 나섰는데 알고 봤더니 표시된 순자산가치가 왜곡된 것이었다”며 잇따라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운용사가 이틀 동안 보이는 괴리율이 잘못됐다는걸 모를 리 없었을 텐데…”라며 “-8% 넘는 괴리율을 보고 추매한 사람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 투자자가 네이버 카페에 제보한 24일 오전 괴리율 현황

삼성자산운용이 24일 오후 홈페이지에 게시한 순자산가치(iNAV) 관련 투자유의 안내

삼성자산측은 워낙 급하게 자산교체를 하다 보니 변경된 순자산가치 표시가 제때 되도록 조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오후 게시한 홈페이지 안내문에서 “투자자들은 각 증권사 HTS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iNAV가치와 ETF 실제 가치에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고 투자에 유의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상 추정 iNAV를 30분 단위로 이날 오후부터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주말 동안 코스콤과의 전산작업을 통해 27일 오전부터는 바뀐 월물 구성에 맞춰 제대로 된 순자산가치가 안내되고 있다.

다만 삼성자산측은 매매 호가 조성을 하는 유동성공급자(LP) 증권사들에 23일부터 자산변경 후 순자산가치를 기초로 매매 호가를 제시하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23~24일 단일가 매매 시점에 LP들이 변경된 자산을 기초로 순자산가치를 계산해 매매 호가를 내면서 순자산가치 대비 매매 가격의 차이인 괴리율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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