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개발하고 있는 가스터빈. /사진제공=두산중공업
두산(000150)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034020)의 정상화를 위해 총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확정했다. 채권단은 이번주 중 우선 8,000억원을 지원하고 자구안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조만간 추가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27일 “지난 13일 처음 제출한 자구안을 채권단과 추가 논의를 거친 후 확정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자구안에는 두산솔루스 등 자회사 매각 외에 대주주 일가의 사재 출자 및 배당·상여 금지를 통해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업부 추가 매각, 비핵심자산 매각, 비용축소, 감자 및 증자 방안 등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두산의 핵심사업인 전자BG, 모트롤BG, 산업차량BG 등 총 3개 사업 부문이 모두 매각 카드로 내놓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발전사업과 신재생에너지사업 두 분야를 주축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지난해 세계 5번째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가스터빈은 현재 성능시험 중이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세계 가스터빈 발전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97조원이며 2035년에는 두 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자구안에 두산중공업 독자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개편 방향과 대주주 등의 고통분담 등이 포함돼 구조조정 원칙에 부합한다”며 “오는 5월 초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상환을 위한 자금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지원 규모는 8,000억원으로 알려졌으며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한도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두산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는 만기나 조기상환으로 돌아오는 금융 자금뿐 아니라 추가 자금도 필요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라며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한 만큼 추가 지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태규·박한신기자 classic@sedaily.com
유압기기·지게차 등 ‘알짜’ 매각 가능성...증자로 유동성 확보
[두산重 3조 자구안 확정]
대주주 사재 출자...배당·상여금 받지않고 급여 반납
희망퇴직·순환휴직 확대 등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도
가스터빈·신재생에너지 등 미래혁신기술 중심 재편
두산그룹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확정한 두산중공업의 최종 자구안에는 ‘3조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이 담겼다. “자산 매각과 제반비용 축소 등 자구노력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두산그룹의 의지다. 3조원이라는 금액으로 미뤄볼 때 이번 자구안에는 기존에 알려진 두산솔루스 매각 외의 알짜 자회사·사업부와 두산타워 등 핵심자산 매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점쳐진다. 채권단 측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두산그룹에 고강도 자구안을 주문할 것을 예고했었다.
전기자 배터리 음극재 핵심소재인 동박 원천기술을 보유한 두산솔루스 매각으로는 8,000억~1조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자구안에 다른 계열사와 사업부의 매각이 대거 포함됐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화학공업장치 제조 핵심 계열사인 두산메카텍, ㈜두산의 유압기기 사업부인 모트롤과 지게차 등 산업차량 사업부 매각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모트롤 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89억원, 산업차량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616억원이다. 둘 다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고 있는 알짜 사업이다. 시장에서는 산업차량 사업부의 가치를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만약 유압기기 사업과 지게차 사업을 매각하면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신사업에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압기기는 두산그룹의 핵심인 기계 사업과 연관돼 있고 지게차 제조는 최근 진출을 선언한 종합물류솔루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두산은 온라인 쇼핑 확장을 겨냥해 창고물류의 첨단화를 이루겠다고 밝혔었다.
이 밖에 담수플랜트 사업 분야의 매각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사업의 매각으로 3,000억원가량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인프라 사업 경기침체가 순조로운 매각작업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구조조정도 이뤄진다. 2차 희망퇴직과 순환휴직을 확대하고 조직을 슬림화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제반비용 축소를 위한 고강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도 추진한다. 자회사와 두산타워 등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 돈을 두산중공업에 투입하고 외부 자금도 수혈하겠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 대주주 일가의 책임도 일부 포함된다. 두산그룹은 “대주주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출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배당과 상여금을 받지 않고 급여도 대폭 반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증자 이전에 감자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룹 측은 “증자와 자산 매각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다 근본적인 수술방안인 지배구조 개편안이 담겼을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밥캣과 인프라코어에 두산중공업의 부실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현재 지배구조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042670)→두산밥캣(241560)’으로 이어지는 형태다. 두산중공업 부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두산건설(011160)을 매각하는 방안, 핵심 계열사인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 자구안을 수용하고 추가 자금 지원 검토에 착수했다. 채권단은 이날 “두산그룹이 제출한 최종 자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번주 중 8,000억원 안팎의 추가 지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자구안에 두산중공업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개편 방향과 계열주 및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과 자구노력이 포함돼 채권단이 그동안 견지해온 구조조정 원칙에 부합한다”며 “자구안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5월 초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상환을 위한 추가 자금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이번 자구안의 단계별 세부일정과 절차를 점검한 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사 결과가 마무리되는 대로 5월 중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경영개선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금경색 상황이 해소되고 자체 신용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시장조달 기능 회복이 어려울 경우 추가적인 지원을 채권단과 검토할 예정”이라며 추가 지원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박한신·이태규·한동희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