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간 영상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계교역 급감으로 수출중심의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2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 조성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는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방식을 놓고 참여 기관간 시각 차를 보이고 있으나 협의에 속도를 내 다음달 중에는 본격 SPV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20조 SPV 관련 TF 킥오프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가 출자하고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의 SPV를 설립한다는 큰 틀을 밝혔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 없이 관계기관간 협의를 통해 SPV를 작동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빨리 지원대상 등을 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가급적 빨리 구체적 방식과 프로그램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는 시장에서 유통이 어려운 저신용 등급 회사채 및 CP를 매입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다만 한은이 어떤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할 지와 정부의 지급보증 방안, 매입할 회사채 등급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등에 대해 아직 입장이 갈린다.
기재부는 정부가 보증을 서고 한은이 직접 SPV에 대출해주는 방안을 선호한다. 이 경우 정부 의견을 들었다는 전제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로 가능하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SPV에 직접 대출을 해 SPV가 저신용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100억달러 신용 보강을 해줘 연준의 리스크를 덜어줬다.
하지만 한은은 산업은행에 자금을 투입하고 산은이 SPV에 재대출을 하는 구조를 원한다. 한은 입장에서 비우량 회사채 매입에 따른 손실위험 부담이 줄어들고 SPV 운영상황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산은을 끼지 않고 직접 대출을 하면 위험에 직접 노출되므로 어떤 채권을 매입할지 많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SPV 운영은 정책금융기관에서 해주고 한은이 유동성을 지원하면 SPV의 자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법과 한은의 재량권한 범위 안에서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보증을 서고 한은은 산은 대출 뒤에 숨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SPV가 매입할 회사채는 최소 A 등급 이상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선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경우 신용등급 AA- 이상을 투자대상으로 했다. 통상 AA급 이상을 우량 회사채로 보는데, 이번에 A급까지 대상 등급을 낮춰 채안펀드가 소화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대상을 넓힐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BBB+까지 커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향후 기업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안펀드나 채권담보부증권(P-CBO)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세종=황정원·한재영·백주연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