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 톈마오 CEO와 ‘왕훙’ 장다이 /서울경제DB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차세대 주자’로 평가되던 장판(35) 톈마오 최고경영자(CEO)를 개인사인 불륜스캔들로 징계 했다. 다만 그룹과 관련된 부정부패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27일 중국 매체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은 이날 오후 장 CEO 사안에 대한 자체 조사 및 징계내용을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장 CEO가 가족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여론 악화를 초래했고 결국 회사 명성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쳤다”며 “회사 고위층의 논의를 거쳐 그를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그룹 측이 밝힌 징계 내용에는 크게 4가지다. ■장판 CEO의 ‘알리바바 파트너’ 신분을 취소하고 ■처분 내용을 기록하며 ■그의 직급을 ‘그룹고급부총재(M7)’에서 ‘그룹부총재(M6)’로 강등하고 ■ 전 회계연도 모든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등이다. 일단 회사로서는 중징계라는 평가다.
장 CEO의 스캔들은 그의 아내가 지난 17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글 하나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웨이보에서 아내는 모델 출신 ‘왕훙’(인터넷 스타)인 장다이(32)를 향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다. 다시 한 번 내 남편을 건드렸다가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판의 아내가 지난 17일 웨이보에 올린 글 /웨이보 캡처
이후 스캔들은 일파만파로 커졌고 사태는 장판과 장다이의 불륜 뿐만 아니라 장판이 알리바바 고위층의 신분으로 장다이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부정부패 논란으로 확대됐다.
장다이는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진행해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의 웨이보 팔로워만 1,000만명이 넘는다. 장다이의 유명세 덕분에 그가 속한 기획사 ‘루한’은 작년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다. 장다이 자신도 루한의 지분 13.5%를 가진 대주주다. 공교롭게도 루한에는 타오바오가 7.4% 지분을 투자한 상태여서 중국 내외에서는 알리바바가 장다이 사업의 ‘뒷배’가 아니냐는 의혹도 커졌다.
사태가 커지자 장 CEO는 공개 사과했다. 그는 “가족이 웨이보에 올린 글과 일부 사실과 다른 인터넷상 소문이 회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회사가 조사를 진행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날 조사팀은 “장 CEO는 장다이의 소속 회사와 장다이 본인이 소유한 타오바오· 톈마오 상의 쇼핑몰 거래와 연관해 그 어떤 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부정부패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
상하이의 푸단대학 컴퓨터과를 졸업한 장 CEO는 모바일 개발자 서비스 플랫폼인 ‘유멍’을 창립했다가 이 회사가 2013년 알리바바에 인수되면서 그 자신도 알리바바 경영진의 일원이 됐다. 이후 마윈 등 알리바바 수뇌부의 눈에 들었고 2017년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 사업을 총괄하는 총재로 맡았다.
장판은 작년부터 타오바오와 톈마오 등 알리바바그룹의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부분을 총괄하는 톈마오 법인의 CEO·법인대표까지 맡고 있다. 창업자 마윈과, 장융 현 회장에 이어 알리바바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력한 후계자 후보군에 속했지만 이번 스캔들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셈이 됐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