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야경.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한 건물들 중 상당수가 상장 리츠에 담겨 있다. 지방행정공제회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상장 리츠 투자를 확대한다. /사진=고병기기자
지방행정공제회가 글로벌 리츠 투자를 위해 2억 4,000만달러를 투입한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글로벌 리츠 주가가 크게 하락해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데다 현지 실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상장 리츠를 제외하고는 투자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행정공제회는 앞으로 상장 리츠 투자를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안정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2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행정공제회는 지난 3월 중순부터 글로벌 부동산운용사인 CBRE클라리온과 인베스코가 운용하는 글로벌 리츠 펀드에 각각 8,000만달러, 총 1억 6,000만달러를 맡겼다. CBRE클라리온은 삼성SRA자산운용의 펀드를 통해, 인베스코는 이지스자산운용의 펀드를 통해 투자한다. 아울러 스타우드의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에 8,000만달러를 맡겨 글로벌 상장 리츠와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 등에 투자할 계획이며, 국내 운용사는 마스턴투자운용이다. 이들 글로벌 운용사에 맡기는 자금을 전부 합하면 총 2억 4,000만달러에 달하며, 미국·유럽·일본 등에 상장된 임대주택·오피스·물류센터·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리츠에 투자한다.
행정공제회가 글로벌 리츠에 발빠르게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코로나 19로 자산 현지 실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대체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운 가운데 상장 리츠 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리츠 주가가 급락하자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들어 글로벌 리츠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FTSE Nareit All Equity REITs 지수’는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21.23% 하락했다. 이는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다우존스·S&P500·나스닥) 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 주요 리츠 지수
이번뿐만 아니라 행정공제회는 앞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리츠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실제 행정공제회는 최근 글로벌 리츠 운용사를 선정한 데 이어 조만간 글로벌 상장 인프라에 투자하는 운용사 1곳도 선정할 계획이다. 총 투자 금액은 8,000만~1억달러 수준이다. 앞서 행정공제회는 이번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도 CBRE클라리온이 운용하는 글로벌 리츠 펀드에 8,0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까지 글로벌 상장 리츠 및 인프라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4억달러를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공제회는 향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 부동산과 인프라투자를 더욱 확대해 전체 대체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작년 말 기준 행정공제회의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규모가 7억 8,067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글로벌 상장 리츠 및 인프라 투자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대체투자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 유동성인데 상장 리츠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장 리츠 투자는 포트폴리오 변화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최근 산업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오피스 시장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이 우량 임차인으로 부상하고, 이커머스 시장 성장으로 리테일 투자가 시들고 물류센터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등 투자 지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상장 리츠는 시장에서 바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리츠는 워낙 다양한데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서 투자가 쉽지만은 않다”며 “CBRE클라리온을 비롯해 리츠 투자 경험이 풍부한 운용사와 함께 투자에 나선다는 점을 보면 전략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