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가 개발한 야생멧돼지 유인포획 시스템의 모습. 암퇘지 분비물에 이끌린 멧돼지가 포획장으로 들어오면 포획장에 설치된 GPS기반 감음센서의 위치정보와 CCTV영상 자료가 통신망을 타고 관제센터 및 관리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자료제공=ETRI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주범인 야생멧돼지의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유인 실험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했다. 이를 응용하면 돼지 감염시 치사율 100%에 달하는 ASF 확산을 조기에 차단해 양돈농가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본원의 SDF융합연구단이 최근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28일 밝혔다. 사육돼지(집돼지) 암컷의 소변과 분비물로 야생멧돼지를 높은 산이 아닌 평지로 유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야생 멧돼지 출몰 예상 지역을 찾아 높은 산을 오르며 헤맬 필요 없이 낮은 지대에서도 멧돼지를 손쉽게 포획할 수 있다. 특히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융합해 응용하면 야생멧돼지 유인·포획 체계를 한충 고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단은 경북동물위생시험소, 경북 군위군 소재 둥지농장로부터 암퇘지 분비물을 얻어 전북 완주군과 충북 옥천군에서 분비물로 인해 야생멧돼지가 유인에 차이를 보이는지 실험했다. 처음 3일 동안에는 아무런 장치를 하지 않고 폐쇄회로TV(CCTV)만 설치해 관찰 지역에서 평소 멧돼지 출몰이 거의 없음을 확인했다. 이후 분비물을 살포한 뒤 관찰한 실험에서는 최대 7마리 멧돼지를 유인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우연히 멧돼지가 출몰되는지 검증하기 위해 약 2개월간 총 4회에 걸쳐 반복 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실험에서 분비물이 있는 경우에만 멧돼지가 유인됐다.
연구단은 현재 연구 중인 ICT기반 기술 등도 융합해 개발 중이다. 이는 출입구에 멧돼지 유입 감응 센서를 설치하고 자동영상송출 기술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멧돼지 포획 여부를 알려주고, 포획 동물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적용될 전망이다. 연구단은 멧돼지를 유인하는 냄새, 소리 등 주요 요인을 분석해 고라니, 야생 고양이 등에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ICT기술을 기반으로 돼지 등 가축의 구제역 감염 여부를 파악해 알려주는 시스템의 개념도. /자료제공=ETRI
연구단은 구제역 등 질병을 조기 감지하기 위한 AI기술도 개발 중이다. 각종 ICT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와 가축 울음소리 및 활동 영상 등을 종합 분석해 발병 여부를 가려내는 기법이다. 이와 별도로 차량·사람·가축 등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을 관리하기 위한 종합적 질병 대응 플랫폼 개발도 연구하고 있다. 연구단의 유한영 단장은 “축산업계의 큰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문제를 AI를 활용한 가축 질병 모니터링 및 대응 연구 노하우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실험을 바탕으로 AI를 적용, 구제역 종합 대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