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4월 소비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2월 이후 11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소비지출과 임금수준 전망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며 집값 전망도 가장 큰 폭으로 급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 금융위기 이후 최저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0.8로 전월대비 7.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8월 12월(67.7) 이후 최저치다. 3월에는 낙폭이 역대 최대치였다. CCSI는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9년 12월)를 기준값(100)으로 잡고 100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CCSI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3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웃돌며 ‘낙관적’이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 ‘비관적’으로 전환한 이후 급락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에도 CCSI는 12.7포인트(90.6→77.9) 급락했다. 당시 CCSI는 2개월간 10.2포인트 추가 하락한 후 2009년 1월 7.1포인트 반등했다. 3개월간 총 하락폭은 22.9포인트였다. CCSI는 6개월이 지난 2009년 4월(93.0)에야 급락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소비지출·생활형편·가계수입 모두 최저치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표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지출전망CSI는 87로 통계 편제 시점인 2008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생활형편전망CSI(79), 가계수입전망CSI(83), 현재경기판단CSI(31), 향후경기전망CSI(59)도 2008년 12월 이후 11년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현재생활형편CSI(77)는 2009년 3월 이후 11년1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한은 관계자는 “4월 CCSI는 코로나19로 경제활동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돼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며 “향후에는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급 상승 기대도 사상 최저, 고용 불안감 커져
임금수준전망CSI(102)는 100을 넘기며 1년 후 임금이 오를 것으로 보는 가구가 많았지만, 지수로는 통계가 편제된 2013년 1월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태로 2·4분기 타격이 본격화 해 내년 임금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가구가 많다는 의미다.
전월 보합이던 주택가격전망CSI(96) 역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급락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지난해 3월(83) 이후 12월(125)까지 꾸준히 상승하다 지난해 말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영향으로 올해 1월(116) 9포인트 하락한 후 내림세를 보였다. 4월엔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가구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많았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가격전망CSI는 2013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폭이며 2017년 8월에도 정부의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로 이달과 동일한 16포인트 하락폭을 기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인식도 9개월 연속 최저치
물가인식은 전월과 같은 1.8%를 기록해 9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이어갔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전월과 같은 1.7%로 3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다 1월 1.8%로 0.1%포인트 올랐지만 2월 다시 떨어졌다.
물가인식은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뜻한다. 물가인식은 지난 2013년11월부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13년 9월부터 연 2%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1%대로 내려앉았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