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 고위 관료들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박차를 가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 자료를 통해 “김 위원장 명의의 정상 간 서신 교환과 감사·생일상 전달, 트럼프 미 대통령 ‘친서’ 발언 직후 외무성 대외보도실장 담화 발표(4월 19일) 등이 보도됐다”며 김 위원장이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김 장관은 최근 한반도평화만들기가 개최한 ‘한·중 비전 포럼’에서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건 기술 정보를 포함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보 평가를 한 것”이라고 김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수석부의장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요즘 북한 매체에서 주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 것을 언급하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평양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러면 김 위원장이 극소수의 측근들을 데리고 일종의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공기가 쾌적한 원산 별장으로 갔다고 봐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김 위원장이 논란 속에서도 보름째 잠행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그 사람들은 자꾸 이렇게 해서 국제적 관심을 끄는 것도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며 “이만큼 이렇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구나 하고 즐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어떻게 할 것인가’ 특별대담에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 부의장은 김 위원장이 원산에 체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원산에 있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거기서도 할 일은 하고 있다. 삼지연시 일꾼에게도 격려 편지를 보내고 시리아 대통령에게도 축전을 보냈다. 며칠 있으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전날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동지께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적극 지원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셨다”고 최고지도자의 동정을 전해 그가 원산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김 위원장의 신변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관료생활을 한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는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설에 대해 “기만 전술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태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전용 열차가 원산 초대소 옆에 있으니 그가 원산에 있을 것으로 추측 중”이라면서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신변 경호대가 정상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가 원산 초대소에 머물 때 되레 전용 열차를 옆에 두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그 근거로 “북한은 미국 정찰 위성이 항상 (북한을)감시 중이라고 의식한다”면서 “그런 이유로 김 위원장의 동선을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 기만전술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