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드라마로 'TV판 오스카' 타야죠"

[미국판 '굿닥터' 시즌4 확정 이끈 이동훈 엔터미디어픽처스 대표]
"현실 담아낸 스토리텔링이 강점"
국내 작품으로 美서 첫 리메이크
ABC방송 드라마 중 최고 인기
다양한 韓드라마 美·日서 알려
"한국인 이야기 담긴 美드라마
2021~2022년 '에미상' 노릴것"

이동훈 엔터미디어픽처스 대표. /사진제공=이동훈

KBS2 드라마 ‘굿닥터’(2013)는 한국 드라마 포맷 중 미국 지상파에서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간 작품이다. 자폐증이 있는 천재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굿닥터’는 미국 ABC 방송에서 2017년 한국 드라마 최초로 리메이크돼 시즌3까지 이어졌으며, 시즌4 제작이 확정됐다는 낭보가 지난 2월 전해졌다. 시즌1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은 미국판 ‘굿닥터’는 지금도 매회당 1,200만 명이 꾸준히 시청하는, ABC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 아무리 크게 성공한 작품이라도 ABC와 같은 미국 지상파에서 리메이크되기까지는 피칭, 파일럿 제작 등 만만치 않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 2013년 tvN ‘나인’이 한국 드라마 중 처음으로 미국 리메이크의 문을 두드렸지만 파일럿 제작 단계를 넘지 못했다. 리메이크된 한국 드라마가 시즌4까지 이어지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미국에서 그 고무적인 성과를 올린 숨은 공신, 미국판 ‘굿닥터’의 수석 프로듀서인 이동훈 엔터미디어픽처스 대표를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이 대표는 모든 시즌에서 수석 프로듀서로서 제작을 진두지휘해 왔다. 처음 ‘굿닥터’가 미국에 소개됐을 때부터 함께 할 프로듀서와 메인작가를 KBS와 같이 선별하고 피칭한 것도 그다. 그는 “미국에서 ‘굿닥터’의 성공은 한국의 수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바탕으로 많은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하는 콘텐츠진흥원의 K-스토리(K-Story)와 같은 행사가 없었다면 이런 기회들도 없었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그가 꼽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네트워크다. 이 대표는 “미국시장을 주도하는 작가, 감독, 배우들이 작품이 제작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 내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노력에 비해 성과가 쉽게 나오지 않고, 많은 자본과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를 시도하는 곳들은 많지 않고, 그나마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대형 스튜디오들 중심이다.


미국판 ‘굿닥터’3 출연진들과 이동훈 엔터미디어픽처스 대표. /사진제공=이동훈

이 대표가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대해 생각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그는 지난 2004년 배우 배용준과 비오에프를 설립해 일본시장에 진출하면서 그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그는 “당시는 ‘한류’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잘 만든 한국 콘텐츠나 아티스트가 해외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영화·드라마 제작을 전공한 이 대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에게 익숙한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에서 다양한 작품의 프로듀서와 콘텐츠 총괄 등으로 일하던 그는 2013년 미국에 엔터미디어를 설립하고 미국에서 한국 리메이크 작품을 기획·개발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한국 영화의 미국 리메이크는 약 10여 편에 달했지만 성공사례가 없었다”며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원작에 대한 진정성과 연결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영화보다는 작가가 중심적 역할을 하는 드라마로 첫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이 대표는 미국 스튜디오들과 ‘굿닥터’ 외에 한국 드라마 4편의 리메이크 작업을 진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이 대표가 꼽는 한국 드라마의 강점은 ‘작가들의 현실적인 스토리텔링’이다. 그는 “한국 드라마는 한 명의 작가가 모든 에피소드를 쓰기 때문에 완벽히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며 “또 여성작가가 90%에 달해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진 인물들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초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면 한국 콘텐츠가 이룰 다음 성과는 ‘TV의 아카데미상’이라고 꼽히는 에미상 석권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한국과 한국인의 이야기가 담긴 미국 드라마가 에미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은 2021~2022년 무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준비하는 작품들이 이 시기에 방송될 텐데, 방영이 시작된다면 분명히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 봅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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