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칼럼] 코로나발 경제위기 이제 시작이다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유동성 지원엔 타이밍이 가장 중요
정부, 기업경영 간섭유혹 떨쳐내야
친노동·반기업 위기극복 도움 안돼
눈치 안보고 정책바꿀 계기 삼기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사회적 격리도 완화되는 추세이다. 방역의 성공이다. 그렇다면 경기도 이제 곧 회복될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갖고 올 경제적 충격은 이제 시작이다.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분기보다 1.4%, 민간소비는 6.4% 감소했다. 국내 소비 감소로 내수 업종의 매출이 감소한 탓이 크다. 제조업과 서비스 업종 등 가리지 않고 타격을 받았다. 수출도 2% 감소했다. 2·4분기 성적표는 어떨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현실화되면 국내 소비는 다소나마 살아날 수 있으나 이것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진정된다는 가정 하의 일이다.

문제는 수출이다. 3월 하루평균 수출 감소폭은 전년 대비 6.4%에 그쳤지만 이달에는 20일까지 16.8%나 줄었다. 중국의 1·4분기 성장률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6.8%를 기록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더 심각하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2·4분기 GDP 성장률은 유럽의 주요 국가가 -10% 이하, 미국은 무려 -26%로 예측된다. 물건을 만들어도 이를 사줄 나라가 없는 것이다. 총 무역액을 GDP로 나눈 개방화지수로 보면 한국은 83%로 미국의 27%, 일본의 35%, 중국의 3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무역이 되지 않으면 생산이 안 되는 구조이다.


우리나라가 겪은 경제위기 중 가장 큰 것은 지난 1997년 4·4분기 발생한 외환위기였다. 1998년 1·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7.0%, 소비는 13.8% 감소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고무적이었던 것은 위기 후 곧바로 V자형의 경제회복을 보였다는 점이다. 수출이 견인한 경기회복이다. 경상수지는 1997년 GDP 대비 1.8% 적자에서 1998년 곧바로 10.7%의 흑자로 전환했다. 원화가 50% 넘게 절하돼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위기는 아시아 몇 국가에 국한돼 다른 국가들의 구매력이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이 두 가지 긍정적 시나리오는 없다. 충분한 외화 보유로 원화의 급격한 절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위기로 해외 구매력은 전멸된 상황이다.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외국의 협력이나 자본시장에서의 공조도 기대하기 힘들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글로벌 공급 사슬로 묶인 생산공정 때문에 한 국가의 생산공정이 멈추면 사슬로 연결된 모든 국가의 생산공정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공급 사슬은 아시아국가의 경우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수출과 공급의 충격은 소비 쪽의 충격에 비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

이러한 위기는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정부발 일자리 창출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산업이나 경쟁력 있는 기업이 유동성 부족으로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위기극복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재난지원금 정책처럼 우왕좌왕하면서 시기를 놓치면 회복할 수 없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나 20조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은 신속한 정책으로 보인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벌써부터 유동성 지원을 빌미로 기업경영에 간섭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유동성 부족이 아닌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을 고용안정 측면만 보고 지원하려는 기미도 보인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부적절하다. 모든 기업을 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를 낳는다. 이번 위기를 통해 어떤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높이고 신산업으로 진출할 것이다. 현 정권의 친노동, 반기업 정책은 위기극복에 도움도 안 되고 새로운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나오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정부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패했지만 눈치 보느라 바꿀 수 없었던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현명한 정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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