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마케팅의 기본은 국민 정서




박형윤 생활산업부 기자


21대 총선에서 야당이 대패한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막말’이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국민적 공분이 큰 ‘n번방’ 사건을 두고서도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밑바탕에는 국민 정서에 대한 몰이해가 깔려 있다.

국민 감정선에 민감해야 할 영역은 정치뿐이 아니다. 국민 눈치 안 보는 회사 곳간에 지갑을 벌려줄 국민은 많지 않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는 총선 국면에서 발표된 배달의 민족 수수료 개편이다.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체계 개편을 통해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된 자영업자가 52.8%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여론은 ‘배민 불매운동’을 선택했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 결합 심사를 받는 와중에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겠다는 ‘오만’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던 탓이다. 결국 배달의 민족이 백기 투항하면서 반발은 잠재웠지만 여권에서 ‘공공배달서비스앱’ 출시 공약이 터져 나오는 등 향후 감당해야 할 후폭풍을 어깨에 짊어지게 됐다. 마스크를 증정품으로 내세워 체화재고를 털어내려고 한 롯데아사히도 마찬가지다. 불매운동으로 고통을 떠안은 롯데아사히 종사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번 떨어진 국민 신뢰는 회복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서 진 야당이 30~40대를 전면에 내세우겠다고 한다. 기업 역시 여론에 민감하고 대처 능력이 빠른 30~40대 젊은 세대를 속도감 있게 키우고 여성 인력의 유리천장도 빨리 허물어야 한다. 노회한 대표의 말실수와 잘못된 판단을 잡아줄, 또 견제할 젊은 임원이 필요하다. 일본과의 감정이 악화된 지난해 말실수로 물러난 회장만 몇 명인가. 그래서 쌍방울의 혁신은 눈여겨볼 만하다. 쌍방울은 42세의 젊은 차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더니 기어코 대표로 앉혔다. 김세호 대표가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부사장 승진 공모 면접에서 “회사가 오래돼 안주한다. 낡은 조직을 바꾸고 신사업을 바꿔야 한다”며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의 모험이 정치권과 기업에 훌륭한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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