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 이의 폭증…수용은 2.4% 뿐

"급등한 아파트 공시가 낮춰달라"
강남 중심 집단 민원 빗발에도
정부는 귀 막고 원안대로 고시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의견이 ‘역대급’으로 증가했지만 의견 수용률은 3%에도 못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여건이 악화하면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단민원이 폭증했는데 대다수 아파트 공시가격은 사실상 원안대로 고시됐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해(14.01%)보다 0.72%포인트 오른 14.73%로 결정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기간에 총 3만7,410건의 의견이 접수됐다고 28일 밝혔다. 의견청취 건수는 지난해(2만8,735건)와 비교하면 8,600여건 증가했다. 지난 2007년(5만6,355건)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제출된 의견 가운데 94.3%는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니 낮춰달라는 요구였다. 공시가격을 높여달라는 의견은 5.7%에 불과했다. 올해는 특히 집단민원 건수가 2만5,237건으로 급증했는데 서울 강남구 은마·미도·쌍용·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주요 단지에서 집단으로 공시가격 하향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제출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총 915건만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상향은 130건, 하향은 785건이다. 의견수용률은 2.4%에 불과했다. 의견수용률은 2018년 28.1%, 지난해 21.5%로 매년 작지 않았지만 올해는 조정비율이 크게 줄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 공시가격 산정방식을 공개한 만큼 조정이 필요한 곳만 의견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의신청을 거쳐 조정된 시도 공시가변동률을 보면 서울(14.73%)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가장 컸고 이어 대전(14.03%), 세종(5.76%), 경기(2.72%)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25.53%), 서초구(22.56%), 송파구(18.41%), 양천구(18.36%) 등이 급등했다. 가격대별로는 9억원 이상 주택의 상승률이 21.12%로 9억원 미만(1.96%)의 10배가 넘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와 해당 공동주택이 있는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29일부터 한 달간 열람할 수 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내년 ‘보유세 1억 단지’ 나온다

[본지 예상치 시뮬레이션]

3년새 2배 치솟는 강남아파트 속출

공시가 1위 트라움하우스 1억 근접


래대팰·아리파도 40%이상 급등


서울 강남권이나 고가주택의 경우 1주택 보유자라도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껑충 뛴다.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일부 초고가 주택의 경우 보유세가 1억원까지 근접한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2019·2020년 보유세 부담분과 오는 2021년 보유세 예상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3년 새 보유세가 두 배 이상 뛰는 단지들이 속출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2·16부동산대책 중 종부세율 인상안을 그대로 추진했을 경우를 상정한 예측이다. 아울러 공시가격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40.82% 상승하며 21억1,800만원을 기록한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 아파트는 올해 보유세가 907만원으로, 전년 대비 45.9%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공시가격이 더 상승하지 않더라도 보유세가 42.4% 뛰면서 1,292만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가 전년 922만원에서 올해 1,351만원(46.5% 상승)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는 내년에 1,931만원으로 42.9% 상승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강남권의 웬만한 단지는 전년 대비 보유세 상승률이 매해 40% 이상이다.

강북에서도 마포구 ‘대장주’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아파트의 보유세는 올해 330만원으로 전년 대비 42.32%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388만원으로 17.6% 더 상승하면서 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기록한 서울 서초구 트라움하우스5 전용면적 273㎡의 경우 보유세가 올해 8,217만원에서 내년에는 9,786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은 69억9,200만원으로 전년보다 1.86% 오르는 데 그쳤지만 내년 공시가격 인상률에 따라 보유세가 1억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용산구의 대표적 고가 연립주택인 한남더힐 244㎡ 타입 역시 보유세가 2019년 5,723만원에서 2020년 7,415만원, 2021년에는 8,870만원까지 뛸 것으로 추산된다.

우 팀장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 2년에 걸쳐 상당히 오른 만큼 내년 이후 인상폭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전반적으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공시가격은 많이 오른 상태이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도 예정돼 있다. 특히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여전히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각 가계의 연간 가처분소득을 충분히 고려해 똑똑한 투자와 거주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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