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과 관련된 자료를 인멸·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가 징역형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고 전 대표 등 3명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던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고 전 대표는 원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증거인멸을 실행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 전 홍보·총무부문 전무는 징역 1년이 확정됐고, 함께 기소된 이모 전 총무채권팀장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더불어 사회봉사 300시간이 확정됐다.
애경산업은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한 회사다. 이 제품은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를 낸 제품이다. 이들 피고인은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본격 수사하던 2016년부터 기소 전까지 애경산업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등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하는데 가담해 재판에 넘겨졌다. 고 전 대표는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애경산업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은닉을 교사한 혐의다. 양 전 전무와 이 전 팀장은 고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없앤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책임자들을 기소했다. 이들에게는 최고 징역 6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당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은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경산업 등 여러 제조·판매기업들이 책임을 피했다. 이후 학계에서 CMIT, MIT의 유해성에 대한 역학조사 자료가 쌓였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2018년 말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결과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34명이 재판에 회부됐다. 이들 다수가 현재 1·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