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에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으며 ‘진짜 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DS) 등 소재 부문이 실적을 이끌었고 가전(CE) 또한 Q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 확대로 나쁘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모바일(IM) 부문 또한 코로나 19에 따른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감소 속에서도 중저가 제품군의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 등으로 실적이 괜찮았다.
삼성전자는 29일 올 1분기에 55조3,300억원의 매출과 6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6%, 영업이익은 3.4%씩 각각 상승한 수치다. 서버와 PC용 부품 수요 증가가 이익 반등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조9,9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1,200억원) 이후 1년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중소형 디스플레이 부문 부진 등으로 2,9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IM 부문은 비용 감축과 갤럭시S20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로 2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CE부문은 코로나19에 따른 일부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7,100억원) 대비 하락한 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측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기술 리더십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을 통해 사업과 고객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슈가 지나간 이후, 주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전략적 R&D 투자 등 미래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한 준비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2분기다. 우선 반도체 시황 예상치가 최근 한달치 급격히 안좋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이달 7일 올해 최고인 1개당 3.63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연속 하락해 29일 현재 3.36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 2월말 D램 현물가격이 3.35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두달 전 가격 수준까지 내려간 셈이다. PC용 D램은 D램 업체 매출의 18% 가량을 차지한다. D램 현물가격은 매달말 발표되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며 서버와 모바일용 D램 가격 추이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공급 업체들이 이달 재고소진을 위해 PC용 D램 물량을 밀어내고 있는 반면 고객사 측은 추가적인 D램 가격하락 기대에 구입에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올들어 상승추세를 이어오던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 또한 보합세로 돌아서거나 꺾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90% 이상, PC용 CPU 시장의 80% 이상을 각각 차지하고 있는 인텔 또한 지난 23일 1·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2·4분기 실적 전망치를 시장기대치 보다 낮게 제시하며 D램 공급 업체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인텔의 CPU 실적이 부진할 경우 서버와 PC용 D램 시장 업체 또한 호실적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인텔이 23일 제시한 2·4분기 1주당 이익 전망치는 1.10달러로 시장 전망치(1.19달러)에 못미쳐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5.7% 하락하기도 했다. 특히 인텔이 올 1·4분기에 언택트 수요 확대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70억 달러, 1주당 이익은 1.45달러를 각각 기록했다는 점에서 2·4분기 실적 전망치가 준 충격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텔 측은 컨콜에서 노트북과 서버 수요는 2·4분기에도 상승할 것으로 봤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성장률 하락이 이 같은 수요 증가분을 상당부분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차세대 노트북용 CPU인 ‘타이거레이크’ 사전검증을 위한 비용도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인텔은 서버 업체들의 급속한 설비투자액(CAPEX) 증가로 이어질 서버용 신형 CPU ‘아이스레이크’ 출시 또한 일러도 올 4·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측은 무엇보다 이 같은 언택트 수요 또한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PC 판매량은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경제상황 악화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며 서버 수요 또한 재정지출 부담에 허덕이는 각 국 정부의 비용감축으로 감소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각국의 잇따른 공장가동 중단 조치에 따른 서버용 부품 조달 차질로 서버 출하량 자체가 줄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가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버 출하량은 부품 조달 차질로 줄어드는 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서버용 D램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어 D램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D램 제조사들은 일부 모바일용 D램 생산라인을 서버용 D램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1·4분기 컨콜에서 “서버 고객들의 D램 재고 수준은 현재 다소 늘어난 모습”이라고 밝혀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등 서버 업체들의 D램 물량 확보가 시급한 상황도 아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설비투자액도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빅3’ 업체의 설비투자액을 336억달러 규모로 전망했다. 전년 투자액인 397억달러보다 15%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 때문에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D램 가격 전망치를 ‘V자 반등’에서 ‘U자 반등’으로 수정했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L자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서버 업체들이 올해 예상 설비투자액을 계속 줄이고 있는데다 5G 통신망 구축 작업이 늦어지면서 모바일용 D램 수요도 연초 예상대비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여 지난해 수준의 영업이익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