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강북 등 주요 랜드마크 단지에서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전세거래가 이뤄지는 사례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전세시장은 로또 청약 대기수요에 매매수요의 전세전환 등으로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 이 같은 흐름이 발견 되고 있는 것이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9.89㎡가 이번 달 13억 원에 전세 거래됐다. 한 달 전인 3월에는 14억 원, 2월에는 15억 3,000만 원에 계약됐다. 한 달 간격으로 가격이 1억 원씩 낮아진 셈이다. 서울 한강 변의 대표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84.97㎡)도 지난 1월 17억 원, 3월 15억 8,000만 원에 이어 4월에는 14억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신축 단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입주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84.94㎡)는 이달 13억 원에 거래됐다. 그 전 달인 3월에는 이보다 2억 원 높은 15억 원에 계약된 바 있다. 2018년 말 입주한 송파구 ‘헬리오시티’(84.99㎡)는 2월 10억 1,000만 원에서 4월 8억 원으로, 두 달 만에 2억 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강남 뿐 아니라 마포·강동구 등의 인기 단지에서도 전세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59.97㎡는 3월 6억 5,000~6,000만 원에서 이달 초 6억 900만 원에 계약됐다.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도 마찬가지다. 한 달 전만 해도 6억 2,500만 원~7억 원대에 거래되던 전용 84.83㎡가 4월에는 5억 9,800만 원에 계약됐다.
일단 전문가들은 일부 단지의 전세가 조정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올해 강남 3구 전세 평균 매매가를 보면 1월이 가장 높았고, 이후 2~3월에는 떨어지다가 4월 들어 반등했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강남 지역 전세가가 오르는 추세는 맞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개별 단지에서는 전세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 자체를 보여주지 않으니 전세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다.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다 보니 매매를 비롯해 전세 거래도 동결되는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의 전·월세 거래 건수는 3월을 기점으로 급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