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더 멋진 쇼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송주희 문화레저부


“우리나라 관객들 정말 대단한 겁니다. 박수 쳐줘야 해요.”


최근 만난 한 공연예술계 관계자는 공연 팬들에게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무대가 잇따라 멈춰 서거나 축소됐지만 적지 않은 관객들이 ‘철저한 방역’에 동참하며 극장을 찾아줬기 때문이다. 어렵게 작품을 올려도 ‘이럴 때 무슨 연극이고 뮤지컬이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묵묵히 객석을 지켜준 팬들의 존재는 든든한 지원군 그 이상이었다고.

이른바 ‘덕(덕후의 줄임말로 열혈팬을 지칭)’들의 힘은 위기 때 더욱 빛났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수의 중소형 제작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중 예정대로 작품을 올렸다. 일정을 미루기에는 공연장 대관이 쉽지 않은 데다 취소될 경우 입을 타격이 대형 제작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탓이었다. 여기에 배우와 스태프의 생계를 고려하면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작품을 올려야 한다’는 절박함도 반영됐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많은 ‘덕’들은 관람 일자와 좌석 변경 같은 번거로운 조치에도 취소 없이 객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팬 서비스 차원의 행사는 먼저 취소를 요구하며 ‘무탈한 마무리’를 기원하기도 했다. 혹자는 ‘극성’이라고 깎아내릴지 모르지만 이 기간 공연계가 팬들의 ‘극성스러운 무대 사랑’에 크게 빚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주요 공연장이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운영 재개를 선언할 수 있었던 데는 ‘관객 내 감염 제로’라는 사실이 큰 역할을 했다.

관객은 배우·희곡과 함께 연극(공연)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이들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덕심’ 이상의 무대에 대한 애정이었다. 지난 100여 일은 관객이 없으면 배우도 공연도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체험한 시간이었다. 다시 기지개 켜는 무대 위에서 더 멋진 쇼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껏 그래 왔듯 극장을 찾는 이들의 모범적인 협조도 계속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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