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0일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문중원 기수 분향소를 찾아 묵념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의 ‘옥쇄 파업’을 이끌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다음달 1일 복직한다.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노동계 거물의 ‘현장 복귀’를 앞두고 쌍용차(003620) 내부는 물론 산업계 전체의 관심이 쏠린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상징성이 큰 만큼 쌍용차 내외부에서는 복직 이후 민주노총을 탈퇴한 현 노조와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생존을 위해 ‘노사화합’에 나서고 있는 현장 분위기를 거스르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29일 쌍용차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다음달 1일 평택공장의 기술수석으로 복직한다. 기술수석은 사무직 기준 차장급으로 현장 기술직 중 기술장 다음으로 높은 직급이다. 그는 복직을 앞두고 지난 1~2월 평택공장에 출근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전 위원장은 차분하고 충실하게 사측과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 전 위원장은 현장 배치를 위해 5월 한 달간 경기도 안성시 쌍용차 인재개발원에서 추가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쌍용차 내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과거에는 강성투쟁 성향을 보였지만 10년가량의 세월이 지나면서 생존을 위해 노사가 힘을 합치는 분위기로 변화된 현장에 적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중 ‘2020년 임단협’을 가장 먼저 타결한 쌍용차 노조는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측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9년 파업을 주도했던 노조 간부들 중 일부가 한 전 위원장보다 먼저 현장에 복귀했지만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있다”며 “현 노조를 비롯한 동료들과도 별 충돌 없이 잘 어울리고 있어 한 전 위원장도 잘 적응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쌍용차 내부가 아닌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 전 위원장은 2009년 77일간 옥쇄 파업을 주도하다가 3년간 구속 수감됐고 2012년 출소 이후에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171일간 송전탑 고공 농성을 벌였다. 2014년 12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는 ‘즉각적인 총파업’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첫 직선제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 전 위원장은 위원장 당선 1년 만인 2015년 11월 민중 총궐기 집회를 비롯한 폭력 집회 12건을 주도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그가 현장에 복귀해 다시 노동운동에 투신할 경우 민주노총을 탈퇴한 현 노조와의 갈등은 물론 노사화합 무드도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 구성원들의 분위기가 흔들리는 상황을 틈타 한 전 위원장이 세력화를 이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쌍용차 노조가 강경투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