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도 늦다. 이제는 당일배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선식품에 대한 비대면 소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총알 배송 경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유통 대기업 롯데가 온라인몰 ‘롯데온’을 공식 론칭하며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자 쿠팡이 곧바로 최대 강점인 빠른 배송으로 맞불을 놓은 것. 온라인 쇼핑의 핵심인 ‘배송’을 강화해 경쟁자들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은 물론 네이버까지 물류 강화에 나서며 온라인 배송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신선식품 당일배송 나선 쿠팡=배송 경쟁이 가장 치열한 영역은 신선식품 장보기 시장이다. 쿠팡은 오전 10시 전에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당일 오후 6시까지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당일배송 서비스는 쿠팡 멤버십 프로그램인 로켓와우클럽 회원에게만 제공되며 최소 주문금액은 1만5,000원이다. 대형마트 온라인몰이나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소 3만~4만원 이상 주문해야 배달을 해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주문금액이 경쟁사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쿠팡이 전국 단위의 단일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축구장 14개 면적에 달하는 물류 인프라와 전국 168곳의 로켓배송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덕분이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배송센터에서 10분 배송 거리 내에 거주하는 ‘로켓배송 생활권’ 소비자는 3,400만명 규모다.
◇쿠팡 잡아라…신세계·롯데 물류 강화=쿠팡이 빠른 배송으로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 공략을 위해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도 물류센터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의 온라인몰 SSG닷컴은 현재 신규 물류센터 설립을 위해 경기권에서 부지를 물색 중이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까지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확대하려면 근교보다 경기권 내 물류센터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풀필먼트 전략을 가속화한다. 풀필먼트는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입고와 재고관리, 분류, 배송 등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몰 ‘롯데온’에서 주문하면 1시간 만에 주문한 물품을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롯데마트 중계점 등에서 이용 가능하다.
◇네이버도 ‘빠른 배송’ 나서=오프라인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기존 이커머스와 네이버까지 온라인 소비시장 공략을 위해 ‘더욱 빠른 배송’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쇼핑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쿠팡처럼 물건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도록 ‘당일 배송’ 체계를 구축했다. 네이버쇼핑 ‘브랜드 스토어’에 입점한 LG생활건강이 오후 11시30분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24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 예다. 네이버는 물류 협력사도 늘리고 있다. 지난달에만 위킵, 두손컴퍼니 등 풀필먼트 기업에 100억원이 넘게 투자했다.
쿠팡처럼 대규모 물류 시스템을 보유하지 못한 이커머스들은 빠른 배송을 위해 대형마트와 슈퍼를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11번가는 당일 배송이 가능한 ‘오늘 장보기’ 전문관에 이마트몰을 입점시키며 상품 수를 기존 4만개에서 7만5,000개로 확대했다. 위메프도 GS프레시와 손잡고 ‘마트 당일 배송관’을 오픈해 1만2,000개의 생필품을 당일 배송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왔다”며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도 물류센터 제휴를 맺는 등 배송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