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태구민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당선인. /연합뉴스, 오승현기자
제21대 총선에서 탈북민 출신 최초의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태구민(본명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가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근거 없는 발언으로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라”는 저격성 발언에 격분했다.
29일 태 당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탈북 정치인은 입 닫고 살아야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과연 이것이 제가 아는 자유민주주의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는 “최근 김정은의 신변에 대해 다양한 보도와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고 운은 뗀 뒤 “우리는 북한 상황에 대한 여러 주장과 분석에 귀 기울이면서 급변하는 한반도와 이를 둘러싼 국제적 상황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도 이런 취지에서 나름의 분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신변과 북한 동향 관련 자유로운 견해와 분석을 내는데 대해 동료 의원(김병기)이 (나를 향해) 스파이, 감성을 자극하는 선전술, 국정원과 통일부, 군경의 북한정보파트 예산 전액 삭감하여 드리겠다 등 지나친 표현까지 써 가며 공격,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몇 년 전까지 우리의 적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잊지 마시고 더욱 겸손하고 언행에 신중 하라’는 (김 의원의) 표현은 협박으로 들린다”며 “이러한 주장은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탈북민들에 대한 공격이고 저를 선택하여 국회에 보내주신 강남 주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날을 세웠다.
태 당선인은 “이분의 주장대로라면 고위 탈북자들은 무조건 조용히 입 닫고 살라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북한핵심 계층들은 앞으로도 김씨 정권에 저항하지 말고 영원히 굴종하며 살라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 김 의원의 발언을 ‘김정은 정권보다 더한 인신공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동료 정치인으로부터 (그런 인신공격을) 받게 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며 “탈북 정치인의 입을 틀어막아 북한문제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차단하려 한다면 이는 명백히 반민주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태 당선인은 “이 길은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오던 때 보다 더 굳은 결기와 죽기를 각오하고 시작한 길”이라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북한체제의 본질을 알리고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가 올바른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해 나가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 28일 김 의원은 “제가 태 당선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태 당선자의 상상이나 의혹이 아니라 출처 즉 증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확보한 출처보다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출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태 당선자를 믿지 않는 것은 정치 때문이 아니라 근거도 없이 혼란을 가중시키는 언행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특이 동향 없음’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두고 “외려 대단히 이례적인 점이 많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한 태 당선인의 의견을 반박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 의원은 “이제 정치를 하게 되는 입장에서, 특히 몇 년 전까지 우리의 적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잊지 마시고 더욱 겸손하고 언행에 신중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