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입시...학종 제치고 수능 최대전형 '껑충'

문이과통합 2022학년도 입시서 서울 주요 16개 중 13개대 수능 최대 전형 부상
이과 수과학 선택과목 부여 학교도 각각 56개, 62개 그쳐

‘등교 개학’에 앞서 책걸상이 재배치된 서울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합격 기원’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연합뉴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을 시작으로 ‘문·이과 통합’이 처음 적용되는 오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서울 소재 16개 주요 대학들의 평균 정시모집 비율이 37.9%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다. 또 전국 4년제 대학의 70~80%는 문과 수학과 사회탐구 과목으로 수능을 치러도 이과 계열 모집단위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29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런 내용의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2022 대입전형 시행계획’의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을 늘리기로 한 서울 소재 16개 대학 중 9곳이 2022학년도부터 ‘정시 40% 이상’을 조기 확정했다. 해당 학교는 건국대(40.0%), 고려대(40.1%), 동국대(40.0%), 서강대(40.6%), 서울시립대(40.4%), 서울여대(40.1%), 연세대(40.1%), 한국외대(42.4%), 한양대(40.1%) 등이다. 경희대(37.0%), 광운대(35.0%), 서울대(30.1%), 성균관대(39.4%), 숙명여대(33.4%), 숭실대(37.0%), 중앙대(30.7%) 등 나머지 7곳도 정시 비율을 모두 30% 이상으로 했다.

◇16개 주요 대학 중 13곳 수능 최대전형 부상=2022학년도 수능 모집 비중은 지방대 교과전형 등의 영향으로 198개 대학 평균으로는 21.9%에 그치지만 정부의 공정성 강화방안 대상인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서는 평균 37.9%, 수도권 대학에서는 32.3%로 대폭 상향된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수능 비중도 전년도 23.5%에서 37.1%로 급상승해 지난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특히 고려대는 2021학년도 18.4%이던 수능 비율을 40.1%로 한 해 만에 21.7%포인트나 끌어올리기로 했다. 서울대도 30.1%로 전년(21.9%)보다 8.2%포인트 늘린다.


이로 인해 이들 대학에서는 수능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제치고 최대 전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올 고3이 치르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는 16개 대학 중 단 1개 대학을 제외한 15개 대학에서 학종이 최대 전형이지만 2022학년도부터는 반대로 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 등 13개 대학에서 수능이 최대 전형으로 ‘롤러코스터’처럼 급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입김 한 마디에 학종이 최대인 학교는 서울대·중앙대·광운대 등 단 3개만 남게 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게 된다.

서울 소재 인기 대학들이 정시모집 비율을 30~40% 수준으로 늘리는 것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 의혹 이후 도출된 교육부의 ‘대입 공정성 강화’ 조처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정성이 강화되기보다 급격한 변화로 입시 제도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교육계에서는 수능 확대로 내신 등 수시 전형에 강한 일반고의 영향력은 더욱 축소되고 수능에 강한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등의 영향력이 커지는 등 대입 지형에 변화가 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과 선택과목 부여 대학 56~62개교 그쳐=고교 이과의 수학·과학 교육 축소도 논란의 대상이다. 문·이과 통합에 따라 2022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선택형 수능의 대학별 채택 결과를 보면 이과 계열모집 단위에 미적분·기하 등 이과형 수학이나 과학탐구 과목 응시를 요구한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고려대 등을 포함해 각각 56개, 62개에 그쳤다. 이들 대학에 합격하려면 전 과목 평균 내신이 상위 10% 선에는 들어야 한다. 나머지 대학에 진학하려는 대다수 고교생들은 이과 진학을 준비한다고 해도 고교에서 이과 과목을 배울 필요가 없게 된다. 현행 입시에서도 지방대 등에서는 문과생들의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학생들은 등급산출에 더 유리한 문과형 입시를 준비해 이과 계열에 입학하고 있지만 2022학년도부터는 100여개 이상의 대학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공고히 하게 된 셈이다.

특히 서울대가 교과목 이수 형태로 도입한 가산점 방안도 주요 사립대로는 확대되지 않아 물리Ⅱ·화학Ⅱ·지구과학Ⅱ·생명과학Ⅱ 등 진로과목 이수가 극히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이과 수학에 가산점을 추가로 도입한 학교는 국민대·숭실대 등 서울 중하위권 대학에 그친다. 대신 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 등은 면접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교과전형을 새로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 입시에서도 이들 학교는 과학Ⅱ 선택을 요구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전 교육과정 수준 입시로의 회귀를 공고히 한 서울대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한 서울 사립대 이과계열 학과 교수는 “심화학습 형태인 과학Ⅱ 교육이 서울대·KAIST 준비생 등을 제외하고는 사라질 수 있다”며 “갈수록 경쟁국 대비 수·과학 교육 수준이 떨어져 이런 상태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리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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