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수출전선'…석유 57%·車 36%·반도체 15%↓

지난달 수출 369.2억 달러…전년 대비 24.3% 급감
‘4월 400억달러’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
이동제한·셧다운에 美·中·EU 등 주요시장 큰 폭 감소

수출 증감률 추이(단위: %)

수출액 증감 추이(단위: 억 달러)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이상 급감한 것은 ‘감염병 쇼크’가 수출 전선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1·4분기까지는 ‘밀어내기’ 등을 통해 실적 악화를 방어했으나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수출 절벽’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수출국인 미국·유럽연합(EU) 등에서 수요가 대폭 줄면서 수출 실적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글로벌 수요 위축, 조업일수 감소, 역기저효과 등의 요인으로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2,000만달러에 그쳤다고 1일 밝혔다. 올해 2월 수출은 4.3% 증가하며 ‘반짝 호조’를 보였으나 3월 들어 0.2% 줄어든 데 이어 감소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4월 수출이 4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2010년(393억달러)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은 17.4% 감소했다. 2~3월에는 주로 대(對)중국 수출이 부진했다면 4월에는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주요 시장이 모두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아 전 지역 수출이 감소했다. 수입은 15.9% 하락한 378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9억5,000만달러 적자를 내면서 99개월 만에 흑자 행진을 멈췄다.

품목별로도 수출 부진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 전체 수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이 71억7,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9%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홈오피스 구축용 반도체 수요가 일부 늘었으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모바일 기기 수요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제품은 16억8,000만달러로 56.8%나 줄었으며 자동차 역시 23억9,100만달러로 36.3% 감소했다. 36억8,600만달러에 그친 일반 기계 부문도 대형 스포츠 행사 연기에 따른 TV용 광학기기 수요 감소, 유가 하락에 따른 기계 수요 감소 등으로 20.0% 쪼그라들었다.

국가별 수출 실적도 크게 나빠졌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미국(-13.5%)·중국(-17.9%)·아세안(-32.9%)·유럽연합(-12.8%)·중동(-20.7%)·인도(-59.7%)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유럽 등지의 ‘이동 제한(락다운)’ 조치에 생산중단(셧다운)으로 인한 수요 급감, 중국 경기의 회복 지연 등이 겹치면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복합 위기에 따른 글로벌 생산차질, 이동제한 및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4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정부도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언택트 산업, 홈코노미 산업 등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새로운 수출성장동력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감염병의 진정세가 확산되면 우리 수출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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