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달 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방진료를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의 주범으로 내모는 것은 자동차보험이라는 경쟁시장에서 한의계가 성장하는 것을 훼방하고 한방진료를 폄훼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침소봉대로 국민과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에 강경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보험개발원이 배포한 ‘2019년 자동차보험 시장동향’ 자료에서 한방진료, 특히 경증환자의 한방진료비 증가가 자동차손해율 고공행진의 원인으로 꼽힌데 따른 것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물적담보 손해액이 4.4% 증가한데 반해 인적담보 손해액은 15.7%로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는데 특히 이 기간 한방진료비 증가율은 28.2%에 달했다. 또 상해등급 12~14등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들이 한방진료를 선호하며 가파른 진료비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는데 전체 환자들의 한방 치료 비중이 46.4% 수준인 반면 경상환자의 한방진료비 비중은 전체 진료비의 66.5%로 2017년(51.5%)에 비해 15%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한의사협회는 손해액의 절대 규모로 비교하면 전체 손해액 증가분인 1조1,560억원 중 한의치료비의 증가폭은 1,581억원에 불과한데도 마치 한방진료가 늘어난 것이 손해율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손해조사비, 장례비, 위자료, 상실수익액, 휴업손해 등으로 늘어난 손해액 규모가 6,543억원, 자동차 수리비 증가액도 3,385억원에 달하는데 이보다 규모가 적은 한의치료를 자동차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의사협회는 경상환자들의 한방진료 선호를 자보 재정 악화의 잠재적 문제점으로 지적한데 대해서도 상해등급이 낮다고 해서 치료를 요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상해급수의 높고 낮음을 떠나 원상회복을 위해 힘쓰는 환자와 의료기관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경상환자 1인당 진료비를 분석해보면 한방진료에 따른 비용이 양방진료 때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형 4개 손보사의 경상환자 1인당 한방 진료비는 76만4,000원으로 양방진료비(32만2,000원)의 2.4배에 달했다. 특히 환자 1인당 통원일수(2018년 기준)는 한방진료가 8.87일로 양방치료일수(5.47일) 보다 길었다.
보험업계에선 한방진료의 자보 수가 기준이 양방 진료에 비해 미흡해 치료 목적 외의 진료비에 대한 엄밀한 심사가 어렵다는 점도 진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보신 목적의 진료 항목이 많다 보니 양방에 비해 과잉진료, 허위진료 등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앞으로 전체 자동차보험 인적담보 손해액 중 한방진료비 비중이 양방진료비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년 사이 한방진료비는 3,654억원에서 지난해 7,09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전체 대인담보 손해액의 46.4%까지 증가했다.
한방병원들 역시 자동차보험 시장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꼽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병원을 비롯해 상당수 한방병원들이 ‘몸을 회복할 수 있는 탕약까지 100% 보험처리가 가능하다’ ‘한의원에서는 보이지 않는 통증까지도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식의 노골적인 광고 문구로 교통사고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상환자도 적정 수준의 치료와 보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일부 환자와 병원의 모럴해저드로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라며 “손해율이 높아지면 전체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보험 가입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